[길섶에서]어머니의 참외/신연숙 논설위원

[길섶에서]어머니의 참외/신연숙 논설위원

입력 2004-05-19 00:00
수정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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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장기가 심해서 먼저 먹었으니 너나 어서 먹어라.”저녁밥상을 앞에 놓고 함께 들기를 청하는 아들과 뻔한 거짓말로 아들의 식사를 재촉하는 어머니.배고팠던 시절을 상징하는 이 낯익은 삽화는 자신은 굶더라도 가족 챙기기에는 철저했던 우리네 어머니의 삶의 한 단면을 잘 드러내 준다.

그래서였을까.어머니는 으레 가족 구성원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세월도 오랫동안 계속되었다.한 어머니의 작은 반란 이야기도 이때쯤의 일이다.새때 참외를 내갔는데 어머니가 깎아 놓기가 무섭게 가족들이 날름날름 먹어버리곤 했다.한참을 깎아 놓아도 접시가 계속 비어 그녀는 참외를 맛볼 틈조차 없었는데 한 순간 남편의 말이 “이제 됐어,그만 깎아요.”였다는 것이다.과일 한조각도 배려받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에 경악한 그녀는 자기 몫찾기에 나섰다.방법은 스스로를 우선순위에 놓고 솔선하여 존중하기.무엇이든 먼저 자신에게,과일을 깎아도 자신이 먼저 먹기 시작하니 남편과 아이들도 먼저 들라고 권하기 시작하였더란다.

올해부터 5월21일 ‘부부의 날’이 생긴다고 한다.요즘에도 이런 남편이 있을까.혹시라도 있다면 ‘부부의 날’의 의미를 곰곰 되새겨야 할 것 같다.

신연숙 논설위원˝

2004-05-1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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