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삼성전자와 노키아/박건승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삼성전자와 노키아/박건승 산업부 차장

입력 2004-04-28 00:00
수정 200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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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16일 이 회사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축하한다는 악수부터 건넸다.그런데 돌아온 말이 다소 엉뚱했다.“경이적인 성장세가 끝없이 계속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성장속도가 둔화되거나 하락세로 돌아서면 초고속 성장에 익숙한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었다.회사가 너무 잘 나가는 바람에 CEO(최고경영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행복한 고민’ 하지 말라며 하루도 좋으니 그런 회사 한번 다녀봤으면 좋겠다고 농담삼아 응수했지만,IT(정보기술)가 특성상 워낙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이다 보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만했다.

지난 한달동안 삼성전자만큼 주목을 많이 받은 기업도 드물다.올해 1월부터 3개월동안 영업이익 4조원에 순이익 3조원을 낸 것은 실로 경이적인 사건이다.순이익이 인텔과 IBM을 앞지르고 시가총액이 소니보다 두배 이상 많은 100조원을 넘어섰다.한국도 세계 일류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줬으니 얼마나 대견하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휴대전화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를 제치고 전세계 영업이익률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불과 몇년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득,7년전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인 독일 하노버 ‘세빗전시회’를 취재했을 때의 생각이 났다.당시만 해도 세빗전시회는 노키아와 모토로라,에릭슨의 잔치였다.3인방의 위세에 눌려 후미진 곳에 마련된 삼성 부스는 눈길을 끌지 못해 휑할 정도였다.이따금 들르는 사람들도 이왕 입장료 내고 들어왔으니 무엇이 있는지나 둘러보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했다.당연히 한국 기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다.“우리는 언제쯤 노키아와 같은 회사를 가질 수 있을까.왜 우리 기업은 저렇게 될 수 없는 것인가.”

요즘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삼성이 노키아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라고 한다.격세지감이다.

분명한 것은 잘 나간다는 생각에서 자만한 나머지 남의 것은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이다.

“삼성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만 과연 독창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난드 플래시(데이터 저장용 고집적 반도체)만 해도 원천기술은 미국 샌디스크와 일본 도시바가 갖고 있지 않습니까.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말뚝을 미리 박아 놓고 통행세 내라.’는 업체들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따끔한 충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은 휴대전화기를 수출하면서 11조원의 특허료를 해외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벨소리는 일본 야마하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고화질 카메라 모듈용 부품은 일본 업체들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 사정도 다른 국내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질과 양적인 면에서 노키아를 추월할 수 있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제품 혁신과 디자인,가격,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가공기술이 아닌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말뚝을 미리 박아 놓지’ 않으면 서러운 게 글로벌 경쟁시대의 냉혹한 현실이다.

핀란드 국민이 노키아를 자랑스럽게 여기듯,우리 국민이 모두 ‘삼성전자 있는 한국’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박건승 산업부 차장˝
2004-04-2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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