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남북의 차이/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토요일 아침에] 남북의 차이/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입력 2004-03-27 00:00
수정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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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북한 기독교 대표자들의 모임이 있었다.독일교회가 주최하고 세계의 여러 나라 대표들과 기독교 국제기구들의 대표들이 함께했다.‘한반도/조선반도의 평화통일 과정에 있어서의 교회의 역할’이 주제였다.먼저 통일을 이룩한 독일측의 강연과 보고가 있었고 남북한 대표들의 강연과 입장도 발표되었다.기독교 국제기구 대표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국제회의 마지막 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참석자들은 독일통일의 모델이 한반도에 직접 적용될 수 없다는 항목을 합의하여 넣었다.솔직히 말해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대목이기도 하고,남한의 입장을 고려한 부분도 있었다.동독의 국민이 원해서 스스로를 해체하고 서독으로의 흡수통합으로 귀결된 통일방식이 북측으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일 입장이 아닐 뿐더러,흡수통일로 생긴 엄청난 액수의 경제 부담을 남한이 떠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오히려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이 잘 되어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적 공존이 전쟁이나 무력갈등 없이 순조롭게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성명서에 담았다.

통일과 화해의 문제가 한 쪽이 기획하고 계산한 방식대로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게 독일은 물론 우리 역사의 교훈이다.독일방식이든 아니면 다른 방식이든 민족 화해와 통일의 문제는 남북 쌍방의 민족적 의지와 주변 강대국들과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리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했다.

해프닝도 있었다.독일과 남한의 발제 가운데 북한경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있었다.사전에 원고를 입수한 북한측이 길길이 뛰었다.어려운 경제상황이 있는 건 사실이나,이를 문서화하는데 대한 “주체적” 반발이 컸다.당장 짐보따리를 쌓아 귀국하겠다고 난리였다.결국 문서 없이 구두 발제만 하기로 협상이 이뤄져 협의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말로 다하고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조치 해제 호소는 성명서에 넣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자존심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엿볼 수 있었다.

또 하나 해프닝이 있었다.회의 시작과 함께 서울로부터 노무현 대통령 국회 탄핵결의가 긴급뉴스로 전달되었다.모두가 당황했지만 북측 대표들의 관심과 걱정도 대단했다.나라가 망하지 않느냐는 걱정어린 질문이었다.불행한 대격변의 사건이지만 법 절차에 따라 충분하게 해결할 것이고,그 일로 인해 나라가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건실한 민주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답변해 주었다.남한사회는 그동안 수많은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 단련되어 왔기에 끄떡없이 앞으로 전진한다고 했다.북측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그들 나름대로 최고 지도자의 위상과 자기들 사회 내에서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근심 띤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북의 차이는 비단 이념만이 아닐 것이다.최고위자의 위기가 곧 국가 존망의 위기로 직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현재 남한의 위기와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위기 대처의 능력과 방식의 차이는 남북 간에 메울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다원화 사회의 시끄러우나 알찬 자유 민주주의와 단일화 사회의 조용하나 힘겨운 인민민주주의가 세계화시대의 생존의 터널을 어떻게 힘 있고 생산적으로 헤쳐 나갈지 세계가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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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2004-03-2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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