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세계질서 분석틀 중 최대 논란거리를 제공한 이론은 단연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동서로 양분돼온 세계질서가 서구와 이슬람,중국의 3대 문명축으로 크게 나누어져 갈등과 충돌을 빚는다는 일면 단순명쾌한 논리다.전쟁의 주동인도 이전처럼 이념이나 계급이 아니라 종교에서 비롯된 문명간 갈등이라는 것이다.
중동의 유혈충돌,9·11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기독교 대 이슬람 문명충돌론을 설파한 헌팅턴교수의 혜안을 가늠케 한다.하지만 정작 헌팅턴교수 자신은 테러와의 전쟁을 문명충돌이 아니라 문명 대(對) 야만의 충돌로 해석한다.테러세력들이 이슬람문명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일부 극단적이고 야만적인 이슬람을 대변할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문명충돌론의 최대 약점은 서구문명 우월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서구우월주의와 반이슬람,신 황화론(黃禍論)이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그가 5월 출간예정인 새 저서 ‘우리는 누구인가,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들’에서 히스패닉계 이민을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히스패닉계와 앵글로 기독교계가 미국을 두개의 민족,문화,언어로 나눈다는 주장은 차라리 백인우월주의자의 선동구호를 연상시킨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실어 또 한번 화제다.히스패닉계가 법치주의와 인권중시의 미국문화를 외면하고 고유언어,문화,가치관을 고집함으로써 미국문화에 이질적 요인이 된다는 그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비약.이탈리아계,아일랜드계,유대인이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된 현실에서 굳이 3700만명의 히스패닉계만 동화가 안 된 채 위협세력으로 남는다는 논리적 근거를 헌팅턴은 제시하지 못한다.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은 괜찮고 멕시코국경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이민은 그냥 안 된다는 것이다.미국은 어차피 이민자들의 나라.1200만명의 미국내 불법노동자들 중 절반이 히스패닉계다.이들의 값싼 노동력이 없으면 미국경제는 당장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노교수의 혜안이 흐려진 것인가.200만명의 재미 한인동포들도 히스패닉계보다 더 나은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든 처지인데.여러 모로 우려되는 신문명충돌론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
중동의 유혈충돌,9·11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기독교 대 이슬람 문명충돌론을 설파한 헌팅턴교수의 혜안을 가늠케 한다.하지만 정작 헌팅턴교수 자신은 테러와의 전쟁을 문명충돌이 아니라 문명 대(對) 야만의 충돌로 해석한다.테러세력들이 이슬람문명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일부 극단적이고 야만적인 이슬람을 대변할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문명충돌론의 최대 약점은 서구문명 우월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서구우월주의와 반이슬람,신 황화론(黃禍論)이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그가 5월 출간예정인 새 저서 ‘우리는 누구인가,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들’에서 히스패닉계 이민을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히스패닉계와 앵글로 기독교계가 미국을 두개의 민족,문화,언어로 나눈다는 주장은 차라리 백인우월주의자의 선동구호를 연상시킨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실어 또 한번 화제다.히스패닉계가 법치주의와 인권중시의 미국문화를 외면하고 고유언어,문화,가치관을 고집함으로써 미국문화에 이질적 요인이 된다는 그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비약.이탈리아계,아일랜드계,유대인이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된 현실에서 굳이 3700만명의 히스패닉계만 동화가 안 된 채 위협세력으로 남는다는 논리적 근거를 헌팅턴은 제시하지 못한다.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은 괜찮고 멕시코국경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이민은 그냥 안 된다는 것이다.미국은 어차피 이민자들의 나라.1200만명의 미국내 불법노동자들 중 절반이 히스패닉계다.이들의 값싼 노동력이 없으면 미국경제는 당장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노교수의 혜안이 흐려진 것인가.200만명의 재미 한인동포들도 히스패닉계보다 더 나은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든 처지인데.여러 모로 우려되는 신문명충돌론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
2004-03-1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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