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모호한 정당들의 공천은 내부 반발은 물론 유권자로부터도 후한 점수를 얻기 어렵다.돌밥이든 잡곡밥이든 어차피 키질은 유권자가 할 수밖에 없다.
정당들의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공천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장기판에서 훈수꾼은 수가 더 잘 보이는 법이다.오히려 내기꾼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다보면 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들의 공천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훈수꾼이다.그런데 정당들은 이 훈수꾼들을 너무 답답하게 한다.매를 벌더라도 판을 흩뜨려 놓고 싶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이번 총선이 치러지는 시대적 상황은 과거와는 판연히 다르다.권위주의와 보스정치를 상징하는 ‘3김정치’와 지역주의,돈공천과 낙하산공천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야말로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공급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더욱이 최근 정치판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수백억원의 불법자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났고,십수명에 이르는 국회의원들이 감옥에 있다.불법자금을 단 한푼이라도 쓴 사람까지 찾아내자면 현역의원 전원이 범법자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정당들은 말로는 변화를 외치지만 내놓는 상품들은 신통치 않다.
대략 70%정도 진행된 공천 결과에서는 자기반성은 물론 개혁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현재까지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은 20%대로 지난 16대 때 수준보다도 뒤떨어져 있다.또 외부인사들을 포함한 공천심사위니,공천기준이니 하며 말만 요란했지 여론을 빙자한 숫자놀음의 결과밖에 얻지 못했다.명망가를 제외한 신진과 여성들의 진입장벽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정당의 시대의식이나 정치철학이 반영된 공천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나라당을 보자.한나라당의 공천작업은 개혁과 발탁공천이라기보다 특정세력 배제공천에 가깝다.지역마다 공천기준이 다르고,사람마다 적용하는 잣대가 다른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권력다툼이라는 말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오죽하면 ‘밥에 돌이 두개 섞여도 돌밥은 돌밥’이라는 말이 나올까.야당인지,보수당인지,개혁당인지도 분명치 않은 정당에서 돌밥이 아니라 잡곡밥을 만든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올인정당’답게 ‘인기테마 만들기’에만 급급해 정작 본질은 놓치고 있는 것 같다.국민경선이나 여론조사라는 숫자놀음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기껏 1000명 남짓한 선거인단에 적게는 수십표,많게는 백수십표 차이로 옥석을 가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안정한 경선이다.뒤늦게 경선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시작부터 신중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공모에도 무려 224명이나 몰렸다고 한다.공천과정에서 더 영입한다는 얘기도 있다.수집한 ‘명품’에다 ‘짝퉁’까지 보태져 선정작업이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비례대표가 명품 진열장이 아니라 직능,연령,지역 대표라는 점을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공천작업도 방향과 원칙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지금까지의 공천을 보면 ‘현역불패’에다가 지역구를 옮기겠다는 중진까지도 유턴했다.대표까지 허허벌판에 보낸 정당답지가 않다.정당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지 이제 와서 주적(主敵)이 한나라당인지,열린우리당인지 논쟁을 한다고 한다.변화된 모습과 정체성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틈새시장도 없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방향이 모호한 정당들의 공천은 내부 반발은 물론 유권자로부터도 후한 점수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되돌릴 수 없다면 돌밥이든 잡곡밥이든 어차피 키질은 유권자가 할 수밖에 없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정당들의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공천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장기판에서 훈수꾼은 수가 더 잘 보이는 법이다.오히려 내기꾼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다보면 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들의 공천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훈수꾼이다.그런데 정당들은 이 훈수꾼들을 너무 답답하게 한다.매를 벌더라도 판을 흩뜨려 놓고 싶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이번 총선이 치러지는 시대적 상황은 과거와는 판연히 다르다.권위주의와 보스정치를 상징하는 ‘3김정치’와 지역주의,돈공천과 낙하산공천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야말로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공급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더욱이 최근 정치판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수백억원의 불법자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났고,십수명에 이르는 국회의원들이 감옥에 있다.불법자금을 단 한푼이라도 쓴 사람까지 찾아내자면 현역의원 전원이 범법자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정당들은 말로는 변화를 외치지만 내놓는 상품들은 신통치 않다.
대략 70%정도 진행된 공천 결과에서는 자기반성은 물론 개혁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현재까지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은 20%대로 지난 16대 때 수준보다도 뒤떨어져 있다.또 외부인사들을 포함한 공천심사위니,공천기준이니 하며 말만 요란했지 여론을 빙자한 숫자놀음의 결과밖에 얻지 못했다.명망가를 제외한 신진과 여성들의 진입장벽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정당의 시대의식이나 정치철학이 반영된 공천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나라당을 보자.한나라당의 공천작업은 개혁과 발탁공천이라기보다 특정세력 배제공천에 가깝다.지역마다 공천기준이 다르고,사람마다 적용하는 잣대가 다른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권력다툼이라는 말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오죽하면 ‘밥에 돌이 두개 섞여도 돌밥은 돌밥’이라는 말이 나올까.야당인지,보수당인지,개혁당인지도 분명치 않은 정당에서 돌밥이 아니라 잡곡밥을 만든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올인정당’답게 ‘인기테마 만들기’에만 급급해 정작 본질은 놓치고 있는 것 같다.국민경선이나 여론조사라는 숫자놀음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기껏 1000명 남짓한 선거인단에 적게는 수십표,많게는 백수십표 차이로 옥석을 가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안정한 경선이다.뒤늦게 경선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시작부터 신중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공모에도 무려 224명이나 몰렸다고 한다.공천과정에서 더 영입한다는 얘기도 있다.수집한 ‘명품’에다 ‘짝퉁’까지 보태져 선정작업이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비례대표가 명품 진열장이 아니라 직능,연령,지역 대표라는 점을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공천작업도 방향과 원칙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지금까지의 공천을 보면 ‘현역불패’에다가 지역구를 옮기겠다는 중진까지도 유턴했다.대표까지 허허벌판에 보낸 정당답지가 않다.정당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지 이제 와서 주적(主敵)이 한나라당인지,열린우리당인지 논쟁을 한다고 한다.변화된 모습과 정체성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틈새시장도 없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방향이 모호한 정당들의 공천은 내부 반발은 물론 유권자로부터도 후한 점수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되돌릴 수 없다면 돌밥이든 잡곡밥이든 어차피 키질은 유권자가 할 수밖에 없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2004-03-0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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