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전화/이호준 인터넷 부장

[길섶에서] 어머니의 전화/이호준 인터넷 부장

입력 2004-02-09 00:00
수정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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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만에 전화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개어 놓은 이불을 펴듯 호소부터 풀어 놓는다. “갈수록 갑갑해 죽겠다. 어디 바람 한번 쐴 수 있나.전에 살던 집이 새록새록 그리워….”모시고 사는 형이 아파트로 이사를 한 뒤 어머니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어머니는 아파트 생활이 처음이다.아파트란 게 젊은 사람들 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지만,노인에게는 유배지나 다름없다.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역시 입을 쩍 벌린 짐승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것만큼 내키지 않을 것이다.

“남세스러우니 너만 알고 있어라.엊그제는 하도 답답해서 바람이라도 쐬겠다고 나갔다가 들어오려고 보니까 문이 열려야지….” 요즘 짓는 아파트는 대부분 1층 입구부터 원천봉쇄돼 있다.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아무리 두드려도 콧방귀도 안 뀐다.첨단 문화에는 코흘리개에조차도 못 따라가는 노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셈이다.

“비밀번호인가 뭔가 아무리 눌러도 꼼짝 안 하니.날은 추운데 둘러봐도 사람은 없지,왜 뜬금없이 먼저 간 네 아버지 생각이 자꾸 나는지….”

이 시대에 진정한 효도는 무엇일까.마음이 무거워지는 아침이다.

˝
2004-02-09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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