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사고대응 등 총체적인 부실…실물주식 입고 시스템도 문제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2018.5.8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전산 시스템뿐만 아니라 ‘관리의 삼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금융사고에 대한 대응도 너무나 미숙했으며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같은 화면에서 처리되도록 전산시스템이 구성되는 등 우리사주 배당 내부통제가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조합원 계좌로 입금·입고 처리 이후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하는 순서로 처리돼 착오에 의한 입금·입고가 사전에 통제되지 못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한 후에 동일한 금액·수량을 조합원 계좌로 입금·입고해야 한다.
또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상 발행주식 총수(약 8천900만 주)의 30배가 넘는 주식(28억1천300만 주)이 입고돼도 오류 검증이나 입력 거부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했지만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에 대해서는 오류 검증 테스트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우리사주 관리 업무는 삼성증권 직무 분류상 총무팀 소관이지만 실무적으로는 증권관리팀이 처리하는 등 업무 분장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금융사고에 대한 위험관리도 서툴렀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우발상황에 대한 위험관리 비상계획은 위험관리 기준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특히 사내 방송시설이나 비상연락망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전체 임직원에게 사고 내용을 신속하게 전파하거나 매도금지를 요청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고 당일 삼성증권이 메신저 ‘보이스탑’과 ‘아너스넷 팝업’을 통해 3차례 직원들에게 착오 입고 사실과 매도 자제요청을 공지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이와 함께 삼성증권은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본래 고객의 주식매도는 실물 입고된 주식의 진위성을 한국예탁결제원 확인을 받은 뒤에 허용하도록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고객의 실물주식 입고 업무 절차상 예탁원의 확인 없이도 매도할 수 있게 설계돼 이번 유령주식 사고와 비슷한 위조주식이 거래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실물입고된 9천478건 중 118건이 확인 전에 매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118건은 위조주식이 아니었으며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된 15개 상장 증권사 및 증권금융에 대해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삼성증권과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의 주식매매 내부통제 시스템은 앞으로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중점 점검사항은 ▲ 증권사의 주식매매 전산시스템 및 업무처리 프로세스 ▲ 고의착오 입력사항에 대한 예방체계 및 검증절차 ▲ 입출금·입출고 ▲ 매매주문 과정의 내부통제시스템 ▲ 공매도 주문수탁의 적정성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 나타난 문제점은 그간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의 부실이 누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입·출고 순서가 뒤바뀐 우리사주 배당시스템과 예탁원 확인 전 매도할 수 있는 실물주식 입고 시스템의 문제는 증권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조차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