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손 잡아끌며 “들어가시죠”… ‘금한령’ 풀렸는데 안 찾을라

여성 손 잡아끌며 “들어가시죠”… ‘금한령’ 풀렸는데 안 찾을라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7-12-08 22:26
수정 2017-12-0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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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북적이는 명동… 또 시작된 호객행위

#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대형 화장품 매장마다 두꺼운 패딩과 마스크로 무장한 남성들이 마스크팩을 하나씩 들고 서 있었다.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로 보이는 여성들이 건네는 마스크팩을 받아들자 남성은 여성에게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했다. 남성이 여성의 손목을 잡아끌며 매장으로 안내하자 여성은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마스크팩을 내던져버리고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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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을 입고 장갑을 낀 호객꾼들이 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지나는 이들에게 사은품인 마스크팩을 내밀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롱패딩을 입고 장갑을 낀 호객꾼들이 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지나는 이들에게 사은품인 마스크팩을 내밀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에 대한 ‘금한령’을 해제한 이후 한산하던 명동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유커 관광 훈풍’에 경기 활성화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칠세라 과도한 호객 행위를 벌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문가들은 유커에게만 의존하다 관광산업 전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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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직원들은 주로 2~3명씩 무리 지어 다니는 여성 중국·일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마스크팩 등 시제품을 주면서 매장에 들어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단순 권유를 넘어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어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경찰에 따르면 명동 거리에서 호객 행위로 인한 신고는 매일 1~2건씩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경범죄로 처벌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무리한 호객 행위가 신체 접촉 등으로 이어져 피해자가 성추행으로 신고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면서 “현장에서 매일 단속을 하고 있지만 워낙 ‘호객꾼’을 고용하는 매장이 많고 매번 현장을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사실상 완전히 단속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명동 상인들도 고민이 깊다. 금한령이 풀렸다 해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갈 길이 먼데, 고객 유치 경쟁만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상점 점주는 “중국 관광객은 한 번에 수십만원 이상 제품을 싹쓸이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객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발생하기 전의 80% 수준”이라면서 “과도한 호객 행위는 문제이지만, 각 매장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것까지 문제 삼을 순 없지 않느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 명동, 동대문 등 서울의 주요 매장들이 ‘유커잡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소외되는 일도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어 이외 다른 나라 언어, 심지어 우리말로도 말이 통하지 않는 매장도 생겨나고 있다. 이날 동대문의 한 옷가게에서 만난 조모(32)씨는 “바지 하나 사려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직원이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고 웃기만 하더라”면서 “여기가 도대체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직장인 최모(37)씨는 “명동의 화장품 매장에만 가도 중국 관광객이 아니면 찬밥신세여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유커가 자주 찾는 면세점에서는 정찰제 상품을 깎아달라며 직원을 괴롭히거나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며 고압적으로 직원을 대하는 ‘진상 중국 관광객’의 횡포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의 금한령을 계기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집중돼 있는 기형적 국내 관광시장 구조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에도 중국 관광객이 많지만 대만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을 배려하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다. 일본은 중국·대만·한국 관광객 비중을 모두 20%대로 유지하는 등 관광객 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매장들은 관광객 수요의 다변화가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중국인에 치우친 마케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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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12-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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