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항공수입·백신 검토…AI대책 실효성 논란

계란 항공수입·백신 검토…AI대책 실효성 논란

입력 2016-12-22 07:52
수정 2016-12-2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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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도 총력전에 나섰다.

‘계란 대란’이 현실화하자 항공기로 신선란을 직접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AI 발생 13년 만에 백신 개발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AI 발생 초기 허술하게 대처하다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상황에서 내놓는 대책 카드마다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실효성이 낮아 전시행정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 항공기로 계란 공수?…“늑장대책에 현실성도 낮아”

정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당장은 계란 수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백브리핑을 통해 “통상 겨울은 달걀 공급과 소비가 모두 감소하는 비수기로, 방학이 시작되면 학교 급식에 쓰이는 달걀 수요가 줄어 당장 수급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년 여름께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유통업계에서는 계란 한 판(30알) 가격이 전월 대비 26.9%(aT 집계·21일 기준) 폭등하고 ‘1인 1판’으로 구매 제한을 두는데도 조기 품절 사태가 속출하는 등 계란 품귀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제빵업계 역시 계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십시일반’격으로 대형 제빵업체 직원들이 각자 계란을 사서 모으는 ‘해프닝’까지 벌어질 정도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정부는 지난 19일 뒤늦게 수급 안정 대책의 하나로 항공기를 통한 계란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수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란 발표를 한 지 정확히 2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AI 청정국에서 신선란을 직접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항공운송비 지원이나 일시적인 관세 인하 혜택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싼 항공운임과 계란 소비량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계란 가격에 비해 항공운임이 비싸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하루 평균 계란 소비량이 4천만 개 정도인데, 비행기로 한 번에 들여올 수 있는 양은 아무리 많아도 250만 개 정도일 것”이라며 “비용이 비싸 항공기를 수시로 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과연 누가 비싼 돈 들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방법으로 계란을 수입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가 아무리 항공운송비 등 수입 혜택을 지원한다고 해도 결국 민간 업체가 나서지 않으면 수입은 성사될 수 없다.

한번 시장을 개방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만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계란 수입을 확대했다가 오히려 국내 농가들의 어려움만 가중할 수 있단 지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역시 수입 생달걀 소비자가가 얼마나 될지 추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늑장대책에 그마저도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백신 부작용 많은데…여론에 등 떠밀려 대책 발표

그동안 백신 투입은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던 정부가 최근 갑자기 백신 정책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긴급 상황에 대비해 백신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항원뱅크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항원뱅크는 백신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 단계로, 백신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해 냉동 보관해 놓은 것이다.

이론상 항원뱅크가 구축되면 접종 결정이 날 경우 2주 만에 백신 제조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AI가 발생한 지 13년 만에 사실상 백신 개발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학계 주장이나 해외 사례를 고려해볼 때 백신 개발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개발하더라도 섣불리 접종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세계동물기구(OIE) 기준으로 AI 바이러스 단백질인 ‘H’는 최대 18가지, ‘N’은 최대 11가지가 있어 이론상으로 총 198가지의 AI 바이러스가 조합될 수 있다.

구제역의 경우 바이러스 종류가 7가지여서 백신이 모두 개발됐지만, AI의 경우 백신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 이번에 발생한 H5N6형과 과거에 유행했던 H5N1, H5N8형 항원구축이 되더라도 다음번엔 어떤 유형의 바이러스가 또 유입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AI 백신 사용 시 오히려 바이러스 변이를 촉진해 인체 감염 우려가 커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등에서는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또 백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생물체 내에 생긴 AI 항체가 감염 후 자연 생성된 것인지, 백신으로 인해 생성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어 바이러스 유입 경로도 추적하기 어렵게 된다. 그야말로 ‘AI 상재화’ 혹은 ‘토착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축산선진국에서는 AI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도살처분 정책만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AI로 5천만 마리를 도살 처분했던 미국이 백신을 개발해놓고도 끝내 사용하지 않은 것 역시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백신을 사용한다고 해서 방역이 100%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1억6천만 마리에 달하는 모든 사육 가금류에 백신을 놓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축방역심의회 위원인 모인필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산란계 농가의 경우 사육장 안에서 닭을 일일이 꺼내 접종을 전부 맞춰야 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력도 부족하다”며 “10~20%만 방역 효과에서 벗어나더라도 소비자에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 역시 이런 점을 이유로 들어 항원뱅크 구축을 추진은 하되, 백신 접종을 논의하기 위한 기준조차 정해놓은 것이 없다.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검역본부 관계자도 “사실 백신 필요성은 AI 사태 때마다 제기됐지만 2014년에도 논의만 됐다가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항원뱅크 구축 역시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추진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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