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 불안에 가파른 원화 약세 …1,250원 넘어서나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가파른 원화 약세 …1,250원 넘어서나

입력 2016-02-29 10:49
업데이트 2016-02-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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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연일 불확실성을 키우는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신흥국 통화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의 원화 약세는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급격한 원화 약세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데다 자칫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가 취약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유가 하락·유럽 불안이 원인…북핵 리스크도 잠재영향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5분 현재 달러당 1,244원으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5.8원 올랐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11일의 1,246.1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설 연휴 전만 해도 달러당 1,190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설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화에 견준 통화가치 하락은 비단 원화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발 충격,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고,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는데도 엔/달러 환율은 최근 며칠간 달러당 111~112엔을 오르내리면서 달러당 110엔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이 유럽연합(EU)로부터 이탈할 것이라는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근 강해지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누그러진 것은 아니다.

실제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와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기대를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속도에 대한 경계감이 되살아났고, 이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내 요인으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원/달러 환율의 수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1,250원 앞두고 상승 속도 ”…당국 “경계감 갖고 지켜보는 중”

문제는 당국에 대한 경계감을 제외하고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잦아들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1월 정책회의 의사록에서 새로운 경제 하방 리스크를 언급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에 반대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는 한층 커지고 있다.

안전 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투자 수요는 늘고 상대적으로 원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형국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은 채권을 중심으로 유출 경향을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른 역송금 수요는 원/달러 환율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

국내 지정학적인 요인도 잠재적으로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대외 여건 불확실성과 겹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고상승 탄력을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주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다 중국의 양회 개막을 앞두고 지나친 쏠림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강하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 시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이 강해질 것이란 것도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경계감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앞서 지난 22일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우려감을 표하며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2011년 9월 이후 4년 5개월 만의 구두개입이었다.

당국은 필요하면 대응조치를 한다는 기본원칙을 지키면서도 최근의 원화 약세가 글로벌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차분히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현재 원화 약세는 국내 특수요인 영향도 있지만 대부분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경계심을 가지고 시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정하는 게 균형환율이다. 환율이 올라가는 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따라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올라가는 추세가 언제 끝날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원/달러 환율이 저항선을 넘어서면서 매수세가 탄탄하지만 당국 미세조정에 대한 경계감으로 이날 고점인 달러당 1,245원선 위에서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주 원/달러 환율은 강달러 분위기 속에 역외 매수가 지속되면서 1,250원선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나 당국의 경계와 월말 네고 등으로 그 속도는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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