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차기 셰프 오디션 르포
“오늘 여러분들이 각 1시간씩 3시간 동안 만들 요리는 훈제 연어로 만든 에피타이저, 도버솔(가자미)을 이용한 생선 요리, 양갈비를 이용한 육류 요리입니다.”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2층 연회주방. 심사위원장인 총주방장(대한민국 조리명장) 이병우 상무의 말이 끝나자 조리대 앞에 선 9명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흘렀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재료를 고르고 레시피를 작성한 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각 한 시간씩 각자가 구상한 요리를 시식용과 전시용 두 접시를 완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날 치열하게 펼쳐진 요리대전에서 롯데호텔 ‘셰프’의 이름을 달 참가자는 누가 될까.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2층 연회주방에서 열린 스펙태클 오디션에서 참가자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 제공
이번 요리대회는 롯데그룹이 14개 계열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스펙태클 오디션’의 롯데호텔 편이었다. ‘스펙태클 오디션’이란 영어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고 오직 직무에 적합한 능력만을 평가해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입사 지원서 접수 시 이름과 이메일, 주소, 연락처 등 기본 인적 사항만을 기재하고 직무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에세이만을 받아 서류 합격자를 선발했다.
특히 롯데호텔은 그동안 조리직 부분에서 신입 직원을 뽑으면서 이런 요리 실기를 치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직무 관련 능력만을 보는 이번 채용 방식은 특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 총주방장은 “지원자의 열정과 요리사가 되려는 동기, 준비과정 등을 녹인 에세이를 중심으로 평가해 서류 지원자 43명 가운데 9명의 실기 참가자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타다다닥’ 양파를 다지고 ‘치익’ 양고기를 굽는 등 1시간에 한 가지 요리를 두 접시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평소 막힘 없이 칼질을 하던 손놀림도 안경 너머 바라보는 오랜 요리 경력의 심사위원 앞에 잠시 헛돌기도 했다. 작품 제출 마감 2분을 남겨 두고 완성된 재료를 하나씩 쌓아 올리는 손가락은 바르르 떨렸다.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평가는 냉정했다. 9명의 참가자가 각자의 기량을 뽐내며 만든 화려한 작품은 이 총주방장을 포함해 중식부문 여경옥 상무, 조리팀장 김송기 부장, 연회담당 남대현 차장 등 4명이 모양과 조화, 맛 등을 보고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한 참가자는 “오로지 요리 실력만을 가지고 채용하는 일은 거의 없어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스펙을 보지 않고 직무 능력으로만 채용하는 방식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5-06-17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