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캡사이신도 과하면 ‘독’…암 발생 촉진”

“매운맛 캡사이신도 과하면 ‘독’…암 발생 촉진”

입력 2014-08-13 00:00
업데이트 2014-08-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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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연구팀 “매운고추 과다섭취 식습관 피해야”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암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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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김헌식(의학과)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김헌식(의학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김헌식 교수팀은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 캡사이신을 투여한 결과, 체내에서 항암 면역기능을 하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자연살해세포는 혈액 속에서 떠다니다 암세포를 만나면 암 세포막에 구멍을 낸 후 세포질과립을 분비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캡사이신이 암 유전자(EGFR)의 활성을 유도해 염증 유발 및 암 발생에 중요한 단백질(COX-2)을 발현시켜 피부암 등의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은 있지만 자연살해세포와의 연관성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 캡사이신(단위:μM.마이크로몰)을 10, 20, 50, 100 등으로 각각 다르게 투여한 후 자연살해세포 활성도를 비교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 ‘맵다’라고 느끼는 수준의 캡사이신이 1-2μM인점을 고려하면 이번 실험에 쓰인 건 고용량이라고 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위암세포(AGS)의 경우 자연살해세포 활성도(세포질 과립 방출 정도)가 캡사이신 투여 전 15%에서 캡사이신 50μM 투여 후에는 10%로 감소했다.

특히 자연살해세포 기능을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혈액암세포 221’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캡사이신 투여 전 32%에서 50μM 투여 후 16%, 100μM 투여 후 4%로 더 크게 떨어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용량에 속하는 10μM, 20μM의 캡사이신을 투여했을 때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28%, 27%로 투여 전 32%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캡사이신 자체가 암을 일으키진 않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캡사이신을 섭취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우리 몸속 아군의 무기를 망가뜨려 암세포의 발생을 간접적으로 돕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캡사이신이 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현상은 모든 세포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이는 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지라도, 캡사이신을 고용량으로 섭취하면 모든 사람에게서 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이 억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TRPV1 단백질 등 암억제 물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성인들의 경우 캡사이신의 다량 섭취가 암 발생을 훨씬 더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김헌식 교수는 “캡사이신에는 항암, 통증완화 등의 효과를 내는 유용한 생리 활성성분도 많이 들어있는 만큼 적당하게 먹으면 몸에 좋다”면서 “하지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캡사이신을 고용량으로 섭취할 개연성이 큰 만큼 지나치게 매운 고추는 피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영국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발암(Carcinogenesis)’ 최근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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