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사명 도용에 손 놓은 은행

[경제 블로그] 사명 도용에 손 놓은 은행

입력 2013-08-16 00:00
수정 201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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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은행 상담원 김○○ 팀장입니다. 고객님은 방문 없이 최저금리로 1000만원 대출이 가능합니다.”

이 문자는 ‘XX은행’에서 보낸 게 아닙니다. 불법 대부업체가 은행 명칭을 도용한 것이지요. 누가 속겠느냐마는 명의 도용 피해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은행 명칭 도용 사례는 3000여건으로 추정됩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혹하는’ 마음을 이용한 것이지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금융감독원이 나섰습니다. 금감원은 은행들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6월 18일 명칭 도용에 관한 내부 통제 강화를 요청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선 은행 자체적으로 ‘은행명칭도용 신고센터’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명칭 도용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내부통제 방안도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필요 시 인력 충원은 물론 은행과 지주사 간 주기적 실무협의회를 여는 등 공동 대응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그 무섭다는 금감원이 두 달 전 공문을 보냈지만 신고센터를 운영 중인 곳은 우리은행,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IBK기업은행에 불과합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지요.

다음 주쯤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열릴 ‘은행명칭도용 대출사기 대응반 태스크포스(TF)’ 역시 부실합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각 시중은행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은행권도 변명이 없는 건 아닙니다. 우선 은행권이 단속에 나선다 한들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명칭 도용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도 번호를 바꾸고 다시 영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불법 업체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대책은 없는 걸까요.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명칭 도용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조 대표는 “금감원이 은행 탓만 할 게 아니라 명칭 도용 업체에서 대출받은 돈은 무효화한다든지 이자를 10% 이내로 제한한다든지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명칭 도용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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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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