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까지 ‘甲의 횡포’ 논란

기간산업까지 ‘甲의 횡포’ 논란

입력 2013-05-17 00:00
수정 2013-05-1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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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연합회·이동통신대리점 잇따라 문제 제기

‘밀어내기’ ‘일방적 계약 해지’ 등 산업계 전반을 지배하던 고질적 ‘갑(甲)의 횡포’가 공론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갑을 관계’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던 주유소와 이동통신 대리점들도 잇따라 문제 제기에 나섰다.

전국 자영주유소 대표들의 모임인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이하 ‘한자련’)는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A사를 상대로 정원철 한자연 회장의 손해배상 청구 대표소송 3차 공판을 가졌다.

재판의 내용은 2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자연에 따르면 A사는 “4월 초가 되면 기름값이 많이 오른다”며 주유소들에 재고를 남기지 않고 기름을 가득 채울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기름값은 정부의 압력으로 지난 4월 7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ℓ당 100원씩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유소들이 상대적으로 기름을 비싸게 사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한자련의 대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재판이 주목받는 것은 정유업계의 ‘사후정산’ 관행 때문이다. 사후정산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유가를 정하지 않고 제품을 공급한 뒤 1~2주쯤 지나 가격을 통보해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주유소들이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어 가격 협상에서 정유사에 열세에 놓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정유사들이 자사 대리점을 늘리기 위해 ‘폴 전쟁’에 나설 때만 해도 주유사업자들은 ‘갑’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주유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둘 간의 위상이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사는 “유류 제품은 유통기한이 없어 ‘밀어내기’가 불가능하고 사후정산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표성이 없는 일부 주유소들이 갑을 관계와 무관한 재판을 끌어들여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동통신업계 B사 대리점들도 본사 측의 강제 할당 등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B사 피해자모임은 “B사가 주기적으로 무리한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각종 금전적 불이익과 강제로 권역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B사가 한 달에 실제로 팔 수 있는 물량의 5~10배까지 매출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채우지 못하면 판매보조금 지원 액수를 줄이거나 대리점 지위를 빼앗기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B사는 이미 법원과 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안을 두고 일부 계약 해지 대리점주들이 (갑을 관계 논란에 편승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편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피해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 전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협의회는 빈소가 마련된 경기 부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의 고질적인 횡포를 정확히 조사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자 진상규명 대책 모임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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