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녹색금융?

무늬만 녹색금융?

입력 2009-12-08 12:00
수정 2009-12-08 12:2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부의 녹생성장 정책에 발맞춰 금융권이 녹색금융상품을 출시한 지 1년가량 됐다. 하지만 국내 환경문제의 자금줄이 될 시중은행의 녹색금융 1년을 되돌아보면 실적이 저조하다. 녹색 관련 예·적금은 많은데 대출은 턱없이 적다. 은행은 위험부담이 커 대출을 꺼린다. 녹색금융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실효성 있는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지 확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이 ‘녹색금융’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는 있지만, 친환경 기업에 대한 대출엔 인색하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은행이 올 한 해 친환경 기업 등 녹색금융 명목으로 대출해준 돈은 모두 6896억원가량 된다. 하지만 소위 빅4의 녹색기업 대출 총액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한 곳의 녹색대출 액수보다 적다. 올 한 해 기업은행이 녹색성장기업 대출 명목으로 대출해준 규모는 1조 717억원에 이른다.

●4대은행 예·적금 5조 5000억원

반면 4대 은행들이 ‘녹색’이란 이름으로 흡수한 예·적금 규모는 5조 5000억원 이상이다. 우리은행은 올 한 해 저탄소 녹색통장과 자전거 정기예금 등을 통해 무려 3조 7366억원을 유치했다. 하나은행이 웰빙과 녹색성장 주제로 판매 중인 ‘S라인적금 그린’은 현재까지 709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5708억원과 5414억원을 끌어모았다. 결국 1년간 ‘녹색’이란 이름을 단 은행들은 돈을 끌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돈을 환경을 위한 대출로 연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돈되는 주택담보 대출에 집중하는 반면 녹색금융 대출에는 인색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정부의 강한 억제정책에도 지난 10월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76조 5669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1조 1009억원이 불어났다.

●녹색 강조보다는 평가지표 등 마련을

은행들의 입장은 다르다. 녹색대출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을 꼽는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녹색 신기술은 기술개발해도 기술이 돈으로 연결되는 데 리스크가 높아 적극적으로 대출해 주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환경친화적인 기업이 자료를 제출하고 대출을 신청해도 실상 얼마나 친화적인 노력을 한 것인지 측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기준은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강조하니 은행도 난감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문제해결을 위해선 녹색 금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가장 시급한 것은 선언적 구호가 아닌 녹색기업과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이를 금융에 적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라면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늘리라는 지적은 은행들에 눈 감고 대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유영규 김민희기자 whoami@seoul.co.kr
2009-12-08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