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UP 현장을 가다] (11)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

[희망 UP 현장을 가다] (11)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

입력 2009-08-31 00:00
수정 2009-08-3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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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산업 ‘기회의 땅’… 10년새 입주기업 15배 증가… 77%가 IT기업

가난을 짊어지고 상경한 ‘누나’가 오갔던 구로공단역은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뀌었다. 잔업과 야근에 지친 ‘오빠’가 서성이던 가리봉역은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뀌었다. 지하철역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잿빛 봉제공장은 최첨단 아파트형 공장으로 바뀌었다. 검푸른 작업복 차림의 누나·오빠들이 하루종일 납땜하던 컨베이어벨트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힙합 바지에 스타벅스를 음미하는 젊은이들이 컴퓨터와 씨름한다. 10년 만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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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년대 봉제·섬유·전기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수출을 주도했던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뀐 지 10년만에 한국 IT의 심장부로 거듭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60~70년대 봉제·섬유·전기 등 경공업을 중심으로 수출을 주도했던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뀐 지 10년만에 한국 IT의 심장부로 거듭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꿈·기술을 가진자 G밸리로”

지난 28일 서울 구로동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일명 G밸리·구로디지털단지+가산디지털단지) 내 대륭포스트타워에 입주한 신생 게임업체 ㈜이프를 찾았다. 이프는 1년6개월여에 걸쳐 개발한 온라인 게임 ‘헤쎈’을 최근 내놓아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3인칭 슈팅게임(TPS)인 헤쎈은 게임엔진의 가격만 25억원에 이르는 대작으로 평가된다. 230여 개발자들이 헤쎈을 비롯해 8개 게임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 연말까지 개발자 수를 4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홈페이지 구인란을 보면 학력과 경력을 요구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기술만 있으면 그만이다.

2007년 강남 테헤란밸리에서 창업한 이프가 올 초 이곳으로 이전한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경비를 6분의1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G밸리의 땅값은 테헤란밸리의 10~20% 수준이고, 아파트형공장 분양대금 70%를 서울시가 저리로 융자해 준다. 최초 입주자에게는 취득·등록세가 면제되며, 5년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가 50% 경감된다.

진종국(38) 개발이사는 고등학교 때부터 게임에 빠져들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대표적인 ‘게임 1세대’ 출신이다. 진 이사는 “G밸리에 게임업체 100여개가 몰려 있다.”면서 “경쟁하고 도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끌고 정부가 밀고

1960년대 국내 최초의 공업단지로 출범한 구로공단은 1970년대까지 섬유·봉제·가발 등 경공업분야를 중심으로 국가 수출을 견인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주력 업종이 전기·전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주하고, 3D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공동화가 진행됐다. 1988년까지만 해도 42억달러였던 수출 규모는 1999년 15억달러로 줄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꾼 2000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대기업 연구개발 시설과 지식산업,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패션디자인 기업이 몰려 왔다. 1999년 597개였던 입주기업수는 올해 6월 현재 9106개로 늘었다. 이중 7075개(77.6%)가 IT 기업이다. 같은 기간 고용규모는 2만 9639명에서 11만 8676명으로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수석연구원은 “G밸리는 전통 제조업이 이전한 자리에 민간 건설업체가 아파트형공장을 공급해 벤처기업의 입주를 유도하고, 정부가 각종 혜택을 줘 성공시켰다.”면서 “저규제·저비용, 입지적 비교우위, 네트워크 효과가 결합한 ‘도시형 기업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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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9-08-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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