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두 목소리

출구전략 두 목소리

입력 2009-07-23 00:00
수정 2009-07-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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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Exit strategy)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출구전략이란 경기 침체 때 썼던 각종 비상정책에서 빠져 나가는 전략이다. 풀었던 돈을 금리인상 등을 통해 거둬들이고 중소기업 대출 전액 지급보증 같은 비정상적 조치들을 해제하는 것 등이다.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행 시기를 둘러싸고 “때가 됐다.”는 진영(독일 등 유럽권)과 “아직은 아니다.”라는 진영(미국·일본 등)이 나뉜다. 우리나라도 두 목소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출구전략을 쓸 때”라고 주장하고, 한국은행은 “시기상조”라고 맞선다.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맨처음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던 정부는 정작 말을 아낀 채 관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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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한국시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경제인들의 시선은 미국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 집중됐다. 출구전략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경제가 회복의 초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시중에 과도하게 풀려 나간 자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통화량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상당 기간 적절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여 출구전략이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분간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발언에 주식시장은 실망했고, 채권시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 등 주요 상품가격도 소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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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 총재의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때 발언과 비슷하다. 이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연 2.0%)를 동결하면서 “경기 하강세에서 벗어났으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커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 자리에서도 “출구전략을 본격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거듭 쐐기를 박았다.

이 총재나 버냉키 의장이 경기 회복세를 인정하고 내부적으로는 이미 출구전략 검토를 마쳤으면서도 ´꺼내 드는´ 것을 한사코 미루는 것은 민간 부문의 경기회복 자생력을 확신할 수 없어서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보는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자생적 회복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한, 섣부른 정책기조 변화는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민간소비에 이어 설비투자 증가율도 2·4분기(4~6월)에 전기대비 플러스(+)로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이를 의미있는 자생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도 지난 21일 “미국 경제가 매우 볼품없이(ugly) 성장할 것”이라며 ´더딘 회복´을 재차 경고했다.

그렇다고 정부나 한은이 출구전략을 전혀 쓰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지난해 가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시중에 공급한 27조여원 가운데 약 17조원을 이미 거둬들였다. 정부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하향 조정에 이어 주택거래신고지역 확대를 검토 중이다. 소리없이 출구전략을 조금씩 쓰고 있는 셈이다. 다만 출구전략 착수라는 ´선언´과 핵심카드인 금리 인상을 유보하고 있을 따름이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지금부터 금리를 조금씩 올려도 시장이 이를 경기부양 기조의 포기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아직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정부의 태도 변화도 관건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과잉 유동성”을 언급하면서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처음 시사했다. 시장이 요동치자 “정책기조 변화는 없다.”며 물러섰고, 지금껏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경기 회복기미에 성급하게 금리를 올렸다가 ‘잃어 버린 10년’을 맞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재정부와 한은으로서는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현 시점에서 훗날 책임 소재를 따지게 될지도 모를 출구전략 카드를 성급하게 꺼내 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하지만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소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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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9-07-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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