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대형 모기지회사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외환보유고에서 약 380억달러 수준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서울신문 7월16일자 1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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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16일 한은이 두 모기지회사에 투자한 채권 규모에 대해 “외환보유액 총액의 13%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2007년 외환보유고 규모가 2622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약 340억달러 수준이다. 그는 해외정부기관 채권의 50% 규모로 추산한 380억달러에 대해, 근사한 수치라고 거듭 확인해줬다.
한은이 투자 액수 자체에 대해 공식적으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유채권의 평가손이 7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냈지만, 안정성에 대해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미 국채 투자보다 0.50∼0.90%P 수익성 높아
이런 논란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량한 담보대출인 프라임모기지까지 옮겨 붙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가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풀어서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경제의 안전판인 외환보유고가 충분한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은의 꾸준한 개입에도 1002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슬금슬금 기어올라 1009.30원으로 상승해 1010원을 바라보는 것도 긍정적인 사인이 아니다.
한은은 이날 투자의 안정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한은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미국 정부로부터 묵시적으로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 AAA급의 최우량 기관이며, 기관발행채권의 가격도 7월15일 현재 서브프라임모기지부실이 터지기 전인 2006년 말보다 더 낮은 수준(금리는 더 높은 수준)”이라 설명했다.10년 만기 미국 정부국채가 3.65%인데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금리는 각각 4.49%로 금리 차이가 0.84%포인트에 불과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우리가 산 모기지 채권 가격이 1000원이면 현재 가격은 1005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면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보다 0.50∼0.90%포인트 수익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지난 2∼3년 간 한은이 외환보유고를 고수익성 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묵힌다며 비판했던 여론을 겨냥한 대목이다.
●“지급불능상태 일어날 수 없다”
한은은 “이들 모기지 업체가 지급불능상태(디폴트)에 빠진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망한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세계 경제가 회생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채권만기가 도래했을 때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채무유예나 채무할인과 같은 조치도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론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채권을 팔려고 나섰는데,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이 악화돼 가격이 하락했다면 불가피한 손실이 예상될 수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없는 위험을 위험하다고 하면 해외에서 한국 상황을 오판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8-07-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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