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가 하나 있다. 돌을 넣어서 다 채웠다 싶지만 작은 돌을 넣으면 또 들어간다. 작은 돌까지 꽉 차면 모래가 들어가고 다음에 물도 한컵 정도는 들어갈 것이다. 시간도 그렇다. 항아리에 물부터 채우면 어떤 것도 들어가지 못한다.”손병옥(54)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의 ‘시간론’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을수록 우선순위를 매겨 중요한 일부터 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순간순간 자신의 느낌을 믿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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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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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부사장
●입사 1년만에 임원으로 승진
손 부사장은 지난 1996년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사부장으로 스카우트된 뒤 1년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2002년 생명보험업계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됐다.1974년 대학 졸업이후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다 남편(이석영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의 워싱턴 근무로 3년을 쉰 뒤 생보사에 자리를 잡았다.
손 부사장은 “직장생활 30년 동안 가장 두려워한 것은 내가 사나워지고 공격적이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은 공격적이고 열정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부드러움, 상대에 대한 배려 등은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손 부사장은 직원들의 경조사 때 빠뜨리지 않고 이메일을 보내고 자주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을 챙긴다. 하이테크시대가 되면서 짧은 순간에도 큰 감동을 주는 ‘하이터치(hi-touch)’가 중요한데 직급이 올라가니까 ‘하이터치’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게 흠이란다.
●짧은 순간에도 큰 감동 선사
손 부사장의 섬세함은 전공인 인사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푸르덴셜생명보험은 신입사원 채용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인터뷰를 2∼3차례 하고 채용이 결정되면 일을 시작하기 전 함께 일할 상사나 팀원들과 반드시 식사를 한다. 본인에게 회사가 맞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회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때문에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뽑힌 푸르덴셜생명보험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 비해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손 부사장은 업계의 소문난 일벌레다.“실패는 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꿈에서도 일을 생각한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일·자기개발·성공 등에 대한 열정이 없는 사람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쉬기는 하느냐고 물어봤다.“회사건 가정이건 일에만 매진하면 메마른다.”는 손 부사장은 “시간 관리를 잘하면 자신에게 휴식시간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화 ‘왕의 남자’,‘태풍’도 봤고 지금은 짐 콜린스의 경영서적 ‘Built to Last(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도 틈틈이 읽는다. 시(時)테크의 고수다.
●“가정·일 균형 잘 유지해야”
손 부사장은 결혼한 여성 후배들에게 “가정에 소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일은 목숨만큼 중요하고 가족은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손 부사장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양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의 급식당번, 학예회 참석 등 불가피한 일이 있어 근무시간을 써야 한다면 쓰고 기회가 닿는 대로 그 이상을 회사일에 투자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손 부사장이 대학을 졸업하던 30년전만 해도 대졸 여사원을 뽑는 회사는 외국계 회사뿐이었다. 처음 합격한 곳은 일본 항공사 JAL.“아버지가 극구 반대하셨고 그래도 직장생활을 원한다면 보수적인 곳이어야 한다고 해서 선택한 곳이 체이스맨해튼 은행이었다.”
남편이 보스턴대학에서 공부하던 1979년부터 2년간 도미, 미국 은행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함께 공부하려고 큰 맘 먹고 첫 애를 서울에 두고 갔는데 준비가 안 돼 공부는 할 수 없게 됐다.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캠퍼스 안에 있는 은행에 취직했다.”면서 “기숙사에서 살았기 때문에 남편의 밥 세끼를 챙겨줄 수 있었던, 아주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에 돌아와 주위 추천으로 크라커내셔널 은행에 입사, 줄곧 외국계 은행에 근무했다. 이 은행은 인수·합병과정을 거치면서 이름이 미들랜드,HSBC로 바뀌었다. 남편이 워싱턴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지메이슨대학에서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땄다. 하지만 요즘도 자가용을 타면 영어테이프를 듣고 일주일에 두번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운다.“영문과도 나왔고, 외국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외국에도 살았지만 영어가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소홀해도 뒤처진다.”는 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