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리더 “공부는 남의 일”

경제정책 리더 “공부는 남의 일”

입력 2004-05-31 00:00
수정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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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위 경제 당국자는 최근 사석에서 우리나라 정책리더들의 능력부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경제현상을 날카롭게 짚어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고,그렇게 되기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내용을 간추린다.

그동안 몇 차례 있었던 경제위기는 정책당국자들의 무능력과 무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나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믿을 만한 경제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다른 분야와 달리 정부관료,한국은행,금융감독기구 등 경제 당국자들은 좀처럼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기지 못한다.이는 경제당국자들이 교수가 될 만큼 역량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도 경제 당국자들이 현상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우리나라는 94년부터 96년까지 3년간 각각 연 8.3%,8.9%,6.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갔다.하지만 경상수지는 같은 기간 40억 2400만달러,86억 6500만달러,231억 2000만달러 등 총 35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그때 정부 및 한은에서 뭐가 문제인지를 찾았지만 명확한 답을 끌어내지 못했다.한참 후에 내린 결론은 환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이를 적시에 제대로 짚어낸 사람이 없었다.90년대 중반 원·달러 환율이 700∼800원대에 불과해 수출채산성이 떨어졌고,이것이 외환보유 기반의 확충을 저해했던 것이다.

이는 경제이론을 현장에서 제대로 응용하지 못했던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현재의 내수부진도 과도한 경기부양과 이를 위한 가계대출 촉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역시 정책판단 착오에 이유가 있다.우리나라 정책당국자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가장 큰 문제가 공부를 안 한다는 점이다.

위아래로 사적인 만남을 가져야 하고 자기 경력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그러다보니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머리좋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대학교수들이 금융실무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이 알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든다.각종 파생상품 등 새로운 개념이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데 일선에서 직접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정부나 금융당국자들은 대학교수만큼도 공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은이나 금감원에 대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싶다.만날 수동적인 자세만 보이다가 결국 타율에 의해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일 때가 너무 자주 눈에 띈다.



김태균기자 windsea@˝
2004-05-3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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