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도 1.5㎞ 자신있게 “가슴이 뻥~ 이런 길 많았으면”

휠체어 타고도 1.5㎞ 자신있게 “가슴이 뻥~ 이런 길 많았으면”

입력 2011-06-10 00:00
수정 2011-06-10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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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무장애 숲길 투어 동행기

“산에 갔다가도 늘 저 밑에서 맴돌 뿐이었죠.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른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어요. 오늘도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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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대문구 안산 무장애 숲길 투어에 참가한 장애인들과 유모차를 끈 주부들이 담소를 나누며 자락길을 산책하고 있다.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어르신, 임신부 등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9일 서대문구 안산 무장애 숲길 투어에 참가한 장애인들과 유모차를 끈 주부들이 담소를 나누며 자락길을 산책하고 있다.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어르신, 임신부 등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최성록(63·서대문구 홍제1동)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안산 자락길 1.5㎞를 걸은 뒤 감격에 겨운 듯 말했다.

서울시가 9일 서대문구와 함께 실시한 안산 무장애 숲길 투어에 장애인 4명, 유모차를 끈 주부 3명과 동행했다. 오전 10시 30분쯤 연희동 자연사박물관 입구 안산 자락길 초입. 웬만하면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고 올 엄두를 못 낼 테지만 이날만큼은 자신 있게 길을 나서고 있었다. 걷기 열풍은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듯 홀로 걷기에 도전한 셈이다.

구청 민원여권과 허영일(59)씨는 “청사 바로 뒤에 자리한 안산공원을 20여년 동안 한번도 산책한 적 없다.”며 “아무리 좋은 둘레길이 가까이에 있어도 우리에겐 그림의 떡일 뿐인데 무장애 숲길이 생겼다 해서 큰 맘 먹고 휠체어에 몸을 실었다.”며 들뜬 표정을 했다.

이어 “장애인들도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멋있는 올레길이 아니라 좁은 길이라도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런 길이 주변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는 곳마다 부딪치는 돌계단, 바위언덕…. 장애인들에게 산을 오른다는 것은 모래에 푹 빠지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쉬운, 그냥 또 다른 장애일 뿐이다. 그러나 안산 무장애 숲길에선 바닥은 평평한 천연목재 데크나 단단한 흙길(친환경 경화토)로 조성돼 전동 휠체어로도 쉽게 갈 수 있다. 더욱이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폭 2m, 경사도 8% 미만으로 조성해 노인, 장애인, 임신부 등 보행약자들도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돼 있다.

초입부터 깔린 아스팔트 도로 800m를 지나면 경화토로 조성된 흙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천연목재 데크 길이 지그재그로 뻗어 있다. 데크 양옆 울창한 숲 사이로는 애기똥풀이 자생적으로 군락을 이루어 샛노란 꽃으로 발길을 붙잡는다.

장애인들은 숲길을 처음 걷는 기쁨 때문인지 뒤따르는 취재진을 따돌릴 정도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기균(56·강동구 암사동)씨는 “항상 숲은 멀리서 바라보는 관상용이었는데 나무를 이 높이에서 보기는 처음이에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라며 기뻐했다.

16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선 주부 김정화(42·연희동)씨도 “숲으로 둘러싸인 길이어서 여름에 걷기가 너무 좋은 것 같다.”며 “다만 상호 보행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폭을 좀 넓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 무장애 숲길은 현재 너와집 쉼터 근처까지 약 1.5㎞를 걸으면 뚝 끊긴다.

최광빈 푸른도시국장은 “2014년까지 5㎞ 안산둘레길로 연장 조성해 보행약자와 일반인들이 함께 안산 전체를 걸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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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1-06-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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