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끈 장애인 판정 사흘만에 해결

11년 끈 장애인 판정 사흘만에 해결

최여경 기자
입력 2007-06-01 00:00
수정 200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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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혜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습니다. 그 틈새에 있는 분들을 살피는 게 공복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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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민씨
신철민씨


전문계약직으로 서울시 문화재관리과에 근무하게 된 젊은 보신각 종지기 신철민(33)씨는 31일 “공직에 몸을 담은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말이나 행동이 조심스럽다.”면서도 공복의 역할과 소신을 뚜렷하게 밝혔다.

그가 말하는 ‘역할’이나 ‘소신’이 안수만(65) 할아버지의 11년 숙원을 풀어주었다. 신씨가 안 할아버지를 만난 것은 1년 전. 동네 김밥집에서 걷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잡일을 하던 안 할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워 대화를 나누던 중 딱한 사정을 듣게 됐다.

안 할아버지는 1996년 공사장에서 목수로 일을 하다가 머리를 크게 다쳐 뇌 수술을 받은 뒤 수술 후유증으로 몸의 왼쪽 부분이 마비되면서 생계에 위협을 느낄 지경에 이르렀다. 장애인 판정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40만원이 넘는 병원 검사비만 요구할 뿐 정작 판정을 받는 방법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해주지 않아 속만 태웠다.

당시 이벤트 회사에서 근무하던 신씨는 40년간 보신각 지킴이로 일하던 조진호(80)씨가 세상을 뜨면서 후임으로 지난 3월 보신각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시청에서 근무하며 담당 공무원의 조언을 구하고 다양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안 할아버지가 뇌 수술을 받은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았다. 근전도,MRI 등 검사 비용은 담당 의사가 소개해준 병원에서 절반 정도에 해결할 수 있었다.

“수술 담당 의사에게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진단서를 써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그는 “후유증을 문제삼기 위한 것이 아니니 사심 없이 진단을 내려달라고 설득해 결국 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무려 11년을 끌어온 고민이 사흘만에 해결돼 안 할아버지는 지난 4월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안 할아버지는 “후사를 할 길이 없어 무작정 동네 PC방을 찾아 학생에게 부탁해 글을 올린다.”면서 “이런 훌륭한 공무원이 있다는 게 행운이고 복이다.”며 서울시 홈페이지에 신씨의 선행을 알렸다.

신씨는 “많은 공무원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을텐데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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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7-06-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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