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깨스트] ‘성폭행 소년범 어디 사나요’ 정보공개소송 1심 진 이유···“소년법 따르라”

[판깨스트] ‘성폭행 소년범 어디 사나요’ 정보공개소송 1심 진 이유···“소년법 따르라”

진선민 기자
입력 2022-05-14 05:20
수정 2022-05-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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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인적사항 정보공개’ 소송 1심 패소
가해자 주소 몰라 막막한 피해자…권리 구제 어려워
法 “소년법상 사건 기록 속해 정보공개법 적용 예외”
‘비공개 소년재판’ 일본도 피해자 정보권 별도 규정

소년범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소년법원을 상대로 “가해소년의 인적사항을 알려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소년법을 근거로 가해자 보호를 우선하느라 정작 피해자의 알 권리는 지나치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지법 행정4부(부장 공현진)는 지난 4일 A(15)양이 수원가정법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8월 A양이 요청한 가해자 B(15)군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수원가법의 비공개 결정은 적법하다는 취지다.

수원가법은 소년보호재판에 넘겨진 B군의 성폭력 사건을 처리한 법원이다. 피해자는 B군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주소를 몰라 두 달 넘게 소장조차 보내지 못하고 애를 먹다 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게 됐다.

재판의 쟁점은 B군의 인적사항이 ‘소년보호사건 기록’에 속하는지 여부였다. 수원가법이 소년법 30조2 규정을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소년보호사건의 기록과 증거물은 소년부 판사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열람·등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A양 측은 “인적사항은 사건 기록·증거물이 아니라 소년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결국 수원가법의 손을 들어줬다. 가해자 인적사항은 사건 기록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보공개법 대신 소년법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소년법원은 소년사건 계속을 전제로 송치서를 통해 보호소년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 인적사항은 보호사건과 별도로 법원이 관리하는 정보라고 할 수 없고 보호사건 기록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의 청구는 정보공개법 적용이 배제되고 소년법 30조2에서 정한 열람·등사 규정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로선 답답한 일이다. 소년부 판사가 제게 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해주길 기대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A양도 수원가법에 낸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당했다. 여기에는 소년재판에 보내지는 순간 모든 정보가 사실상 차단되는 현실이 있다. 가해자가 소년재판으로 넘겨져 형사처벌을 피한 것도 괴로운데 법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니 이중고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가해자가 보호소년인 경우 피해자는 재판 결과를 알 수도 없고 가해자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 수 없어 불쑥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내버려져야 하는 제도적 시스템 속에 있다”며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내기도 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과 달리 소년법상 열람·등사제도는 불복절차도 규정돼 있지 않은데 이를 정보공개법 예외사유로 보는 건 사실상 불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입법적 대안을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년사법절차에서 피해자 정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소년재판에서 형사재판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기록 열람·등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피해자에게 심리기일·장소·결과를 통지하는 법안은 수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 소년법을 개정해 피해자 신청이 있을 때는 가해소년과 보호자의 인적사항과 처분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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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조영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소년범죄 피해자의 권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보호소년 처분을 관장했던 기관으로서 소년법원이 피해자 보호와 권리 구제를 위해 기초적인 정보는 제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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