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3-16 20:22
수정 2021-03-1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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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사회부 기자
오세진 사회부 기자
설 연휴였던 지난달 13일 SBS가 록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했다. 반면 이성 간 키스 장면은 그대로 내보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들은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하거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말 뒤에 숨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막겠다는 처사들이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있다. 미디어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거나 극의 희극성을 높이는 인물로 묘사하기 일쑤다. 이런 전방위적인 차별 앞에 성소수자의 삶이 안전할 리 없다.

성소수자 차별은 옳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2017년 6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81%가 ‘직장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인권위가 2017년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의 92.2%가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중은 98.0%였다. 지난달 공개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2%가 지난 1년 동안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까지 갖고 있다.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도 처벌한다. 유엔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계속 권고하고 있지만 올해로 15년째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국회의 현주소다.

이런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는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를 ‘자기 주변에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지 못하게 하고 미디어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거나 왜곡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간다. 성소수자가 내 가족, 내 친구, 내 연인, 내 이웃이라면 ‘동성애는 질병’이라는 혐오발언이나 ‘성소수자 인권 보장은 나중에’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가족이나 친구로, 동네에서 만난 경험이 있을 경우 만난 경험이 없을 때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적었다. 성소수자는 지금보다 더욱 가시화돼야 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려는 모든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이제는 거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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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sjin@seoul.co.kr
2021-03-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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