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나이트 불 나자 “키스타임!” 일제히 환호성

[그때의 사회면] 나이트 불 나자 “키스타임!” 일제히 환호성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3-24 17:26
수정 2019-03-25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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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클럽을 탈선의 온상으로 지목한 기사(경향신문 1964년 11월 9일자).
나이트클럽을 탈선의 온상으로 지목한 기사(경향신문 1964년 11월 9일자).
1960년대 나이트클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64년 서울에는 34개의 나이트클럽이 있었다. 그중 25~26곳은 카바레였다. 카바레는 ‘무도장 설비를 갖춘 고급 술집’이란 본뜻과는 달리 ‘나이 많은 성인이 출입하는 작은 나이트클럽’으로 아는 게 보통이다. 카바레 앞엔 “부부 동반이 아니면 안 받습니다”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탈선을 막겠다는 일종의 ‘규칙’이었지만 ‘있으나 마나 한 잠꼬대’였다며 신문은 이렇게 썼다. “홀 가운데에서는 간혹 추잡한 광경이 눈길을 모은다. ‘패팅’과 ‘키싱’이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경향신문 1964년 11월 9일자) 옷차림은 H카바레의 경우 절반이 한복이었다.

“남녀가 어울려서 춤을 너무 난잡스럽게 춘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속칭 아르바이트 홀(입장료를 받는 카바레) 4곳에 6개월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부시장 등이 직접 단속에 나섰는데 한참 들여다보아야 춤을 추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만큼 어두웠다. 유부녀와 가장들이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과 어울려 춤바람을 일으켜 악의 온상이 됐다고 했다(동아일보 1968년 12월 3일자). 나이트클럽은 통금 시간을 넘겨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문제는 교통편이었는데 자정을 넘어 나오는 손님들을 태우려는 불법 차량들은 관용차 등 특권층의 차량이 많았다(동아일보 1967년 3월 30일자). 단속 나간 경찰이 도리어 폭행을 당하기도 했는데 호텔 ‘나이트’는 교통부 지정 관광업소로 상부가 뒤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드쇼를 한 일부 나이트에 대해 경찰은 음란성을 조사했으며 이는 청와대 보고사항이었다. 연예인들의 폭력도 수사를 받았다. 1970년 8월 고 박노식씨는 C나이트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다 외상전표에 사인을 요구하는 종업원들을 폭행해 구속됐다. ‘고고춤’ 열풍으로 나이트 전성기에 들어서자 단속은 더 강화됐다. 이런 것도 단속 대상이었다. “부녀자 단독 입장, 접객부 이외의 여자와 춤을 추는 행위.”(경향신문 1971년 9월 24일자)

그러거나 말거나 고고장엔 젊은이들이 물 밀듯 밀려들었고 고고장은 밤샘영업을 하며 숨바꼭질하듯 경찰에 맞섰다. 경찰은 나이트 주변 해장국집과 다방을 덮쳐 밤새 춤을 춘 ‘고고족’ 77명을 연행하기에 이르렀다(동아일보 1974년 3월 30일자). 1974년 서울 대왕코너 화재로 72명이 새벽까지 고고장에서 춤을 추다 숨진 사고는 나이트가 더 강한 철퇴를 맞는 계기가 됐다. 종업원들이 술값 내고 가라며 출입문을 막아 피해가 컸다고 한다. 화재로 조명이 꺼지자 일부 고고족은 불이 난 줄도 모르고 “키스타임이다”라며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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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2019-03-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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