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입력 2017-06-23 17:58
수정 2017-06-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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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마음 속의 고요’, 72.7×50㎝, 캔버스에 오일.
김선수 ‘마음 속의 고요’, 72.7×50㎝, 캔버스에 오일.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장은선 갤러리 초대전, 네팔 ‘영혼의 바람전’ 참여.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나룻배를 타고 가다 뒤집히는 꿈을 꾸었다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기능이 결핍된 상태라 한다
결핍에 더듬이를 댄 것이다
나는 그 말이 가난하지만
가련하지는 않다는 말로 들렸다

몇 해 전
무릎에 갑자기 나타난 퇴행성보다는
덜 적막했다

퇴행성이 어느 별자리인가
갑상선이 뉘 집 나룻배인가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노화가 시작되면 신체 기능이 퇴화하면서 여기저기 탈난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고, 갑상선 기능은 나빠진다. 오래 써서 그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아픔을 안으로 삭이면서 고통을 익살의 소재로 삼는다. “퇴행성이 어느 별자리인가/갑상선이 뉘 집 나룻배인가.” 이 말장난은 낙천주의의 소산이다. 고통에 익사하는 자는 비명만을 남기지만, 고통을 관조하는 자는 삶의 진실과 만난다. 시인은 고통에 빠져 허우적이지 않고 그것을 갖고 논다. 그것은 고통 따위에 결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영장류의 의연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장석주 시인
2017-06-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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