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연탄가스 중독/손성진 논설실장

[그때의 사회면] 연탄가스 중독/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기자
입력 2017-04-30 17:40
수정 2017-05-0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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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이 군불을 때고, 풍로에 따로 숯불을 피워 반찬을 하던 주부들에게 부엌에서 온종일 물이 끓고, 필요할 때면 언제나 불을 쓸 수 있는 연탄아궁이는 나일론 양말 못지않은 복음이었다.” 작가 고 박완서씨는 연탄의 고마움에 대해 이렇게 썼다. 추위를 견디게 해 주고 밥을 끓여 준 연탄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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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 구공탄이라고도 했는데 구멍이 19개인 19공탄의 줄임말이다. 1961년에 연료 비중은 땔나무가 57.8%, 연탄이 31.9%였으나 1965년에 연탄이 1위가 됐다. 1960년대 초에는 아파트에서도 연탄을 썼다. 연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여러 가지 유해가스 가운데 특히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목숨까지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들어가면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즉시 결합해 산소 공급을 정지시킨다. 두통과 근육 경련, 의식장애를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연탄가스는 구들장을 통과하여 굴뚝으로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장판 틈새나 벽틈, 문틈으로 스며든다.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일가족 네댓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것은 다반사였고 같은 집에서 하숙하던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부엌문을 잠그고 밥을 먹던 아이나 부엌에서 목욕하던 어른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서울에 갓 올라온 열세 살 먹은 ‘식모’가 구공탄 불꽃이 신기해 얼굴을 가까이 대고 구경하다 숨지기도 했다.

연탄가스 사고 사망자는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의 열배가 넘었다. 1968년 한 해에 350여명이 연탄가스로 숨졌다. 1973년에는 580명으로 늘었고 1976년에는 절정에 이르러 101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급증하자 전국 규모의 대책기구를 설립하고 1980년부터는 연탄가스주의보를 매일 밤 방송뉴스로 내보냈다. 아궁이 시공자나 미장공이 구속되기도 했다. 셋방에서 사고가 나면 집주인을 처벌했다.

김현옥 서울시장이 상금 1000만원을 건 제독제 공모에 2000건이 넘게 접수되기도 했고 연탄가스에는 비타민C가 특효라는 유명 여대 교수의 실험성공 사례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으며 ‘호박산소다’ 주사로 간단히 깨어난다는 국립공업연구소장의 연구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근본적인 예방과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엄청난 뉴스가 신문의 1면 머리를 장식했다. 식초로 가스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발표였다. 하지만 식초요법은 해롭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결국에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고압산소치료기가 효과가 있었지만 1973년 당시 전국에 6대밖에 없었다. 사진은 1963년 우마차로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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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2017-05-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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