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국보 2호를 아시나요?/김승훈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국보 2호를 아시나요?/김승훈 문화부 기자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6-26 18:20
수정 2016-06-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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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문화부 기자
김승훈 문화부 기자
이달 초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았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숨이 막혔다. 공원 안쪽, 하늘로 곧게 솟아오른 탑 하나가 유리관에 갇혀 있었다. 비좁은 유리관 속에서 열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수많은 부처, 보살상, 구름, 용, 사자, 모란, 연꽃 등 층층이 새겨진 유려하고 정교한 조각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듯했고, 독특하고 이국적인 정취는 퇴색하고 있었다.

높이 12m에 달하는 위용이 오히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선시대 석탑으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련된 석탑인 ‘원각사지 10층 석탑’의 현주소다. 유리관은 서울시에서 1999년 말 비둘기 배설물로부터 탑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국보 1호는?”하고 물으면 즉각 숭례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국보 2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국보 2호는 앞서 말한 원각사지 10층 석탑이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국보 2호의 보존·관리 상태를 보면 깜짝 놀란다”며 “유리관 속 열기로 탑 표면 상태는 말도 아니고 관리도 엉망”이라고 탄식했다.

국보 1호 교체 논란이 뜨겁다. 국보 1호를 숭례문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바꿔야 한다는 측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측의 설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인 1996년 이래 20년째 거듭돼 왔다. 급기야 문화재제자리찾기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1일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 청원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같은 논쟁은 ‘문화재 지정 번호’로 인해 촉발된 면이 크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 번호는 관리와 행정 편의를 위해 부여된 것일 뿐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1호, 2호, 3호 같은 숫자는 곧 문화재 서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들도 중요 순위로 받아들여 1호만 기억한다. 예전 ‘1등은 기억하지만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처럼 1호는 알지만 2호는 관심조차 없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국보 1호 논란만 뜨겁지 국보 2호가 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보 1호를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바꾸면 1위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숭례문은 현재의 국보 2호와 같은 처지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두 문화재 지정 번호가 초래한 폐단을 꼬집은 것이다.

현재 문화재 지정 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뿐이다. 국보 1호 교체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선 지정 번호를 폐지해야 한다. 국보 숭례문, 국보 경천사지 10층 석탑 같은 식으로 표기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번호가 필요하다면 문화재청 데이터베이스에만 기록해 두면 된다. 국보는 국보다. 모든 국보는 소중히 보존하고 관리해 후세에 물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지정번호를 폐지하면 간판 교체 등 경제적 비용이 초래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문화재 관계자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추진됐던 가변형 임시 물막이의 투명 물막이판 실험에 사용된 28억원을 고려하면 비용적인 측면은 크게 걱정할 부분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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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nam@seoul.co.kr
2016-06-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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