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불륜이라는 여자, 아니라는 남자/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오늘의 눈] 불륜이라는 여자, 아니라는 남자/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유대근 기자
입력 2015-09-29 23:08
수정 2015-09-3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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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39, 10 그리고 24. 숫자들을 바라보는 남녀 간 인식차는 명확했다.

서울신문이 ‘2015 불륜 리포트’를 위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기혼 남성 39.3%, 기혼 여성 10.8%가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성과 잠자리(성매매 포함)를 가진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성별과 관계없이 바람을 피운 경험 유무를 물은 경우에는 기혼 남녀의 24.2%가 바람을 피운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수치를 접한 주변의 반응과 뉴스 댓글 등 민심을 종합해 보니 이렇게 정리됐다. 여성들은 대체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는 얘기일 테다. 서울시 전체 기혼 인구(499만명)보다 많은 636만명의 기혼자가 간통해 봤다는 뜻이니 놀랄 만하다.

미혼인 한 여성 지인은 “남자들이 저렇게 바람을 많이 피우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남성 사이에서는 간통 경험률이 과소 측정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성매매를 포함하면 남성 경험률은 90% 이상 나왔어야 하니 다시 조사하라’는 과격한(?) 댓글이 한 포털 사이트에서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여론조사를 진행한 업체 분석에 따르면 남성들의 추리가 설득력 있다. 사회적으로 비난당할 수 있는 경험을 묻는 설문에서는 속내를 숨기는 응답자가 많다).

불륜, 그 어둡고 음습한 이야기를 약 두 달간 취재하면서 ‘남과 여는 태곳적부터 각자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건너온 게 분명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같은 현실을 두고도 생각은 자주 갈렸다.

예컨대 ‘성매매’를 간통으로 볼지를 두고도 입장이 달랐다. 일부 남성은 “상황 등에 따라 충동적으로 성매매한 건 간통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여성 다수는 당연히 간통이라고 여겼다. 사실 이건 법률상 여성의 해석이 더 정확하다. 간통죄 폐지 이전에는 법적 배우자 외 이성과 성관계했다면 누구든 형사 처벌받을 수 있었다. 이를 떠나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주요 동기도 남녀 간 달랐다. 남성은 생리적 성욕을 채우려 외도하는 일이 흔하지만 여성은 남편과 만족스럽게 대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 말에 더 잘 귀 기울여 주는 외도 상대를 찾는 사례가 많았다.

남과 여, 그 생물학적 차이인지 또는 가부장적 사회 문화 탓인지 몰라도 취재 중 체감한 우리 사회의 불륜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다수 기혼자는 불륜이라는 유혹에 흔히 노출돼 있었다.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다면 ‘인스턴트 불륜’이 언제라도 가능했다. 가족에게 평생 상처로 남을 치명적 실수를 범하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불륜을 막을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지 못할 듯하다.

불륜은 일부일처제가 낳은 그림자인 까닭에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모른다. 다만 남녀 간 판이한 생각 중 공통된 심리가 하나 있었는데, 이것이 불륜을 막을 힌트가 될 수 있다. 결혼해 몇 년을 지지고 볶으며 살았든지 관계없이 배우자에게는 누구나 가족 이전에 사랑받는 연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노력 없이 영원한 것은 없고, 사랑은 특히 그렇다.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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