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구장’에 가면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음악이 울려 퍼진다. 선수들의 스타일이나 기호에 맞는 ‘테마송’이 그것이다. 한순간에 거대한 노래방이 된다.
‘테마송’을 신중하게 고르는 선수로는 두산의 김현수가 있다. 그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그룹 힌트의 ‘열정의 시대’를 테마송으로 골랐다. ‘백 번 쓰러져도 천 번 실패해도 우린 아직 젊기에 뭐든 할 수 있어’ 하는 가사가 맘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사실 김현수는 성적이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떨어질 때마다 테마송을 바꿔왔다. 꽤 오랫동안 ‘let’s go’를 썼다가 지난해 시즌 초에 민효린의 ’Touch me’로 바꿨는데, 올 가을에 또 한번 바꾼 것이다. SK에 한국 시리즈 진출권을 빼앗겼으니 내년 시즌에 또 바뀔지도 모른다.
‘테마송’이 울려 퍼지면 팬들은 선율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막대 풍선을 요란하게 두들기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만능 선수로 등극한 두산의 고영민은 만화 영화 ‘가제트 형사’의 테마송에 붙인 ‘고~~제트!’ 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타석에 들어선다.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올 가을 고영민은 자신의 테마송에 어울리게 공수 양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테마송이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2007년 10월23일 한국시리즈 2차전. 그 때도 두산과 SK가 맞붙었다. 당시 SK의 홍보대사로 가수 이현지가 활동했는데 그녀는 히트곡 ‘초콜렛’을 틀어놓고 ‘SK 승리기원 응원전’을 펼쳤다. 그런데 이 노래는 두산 최준석의 ‘테마송’이었다. 최준석은 ‘SK가 내 테마송을 불러도 상관없다.’고 했으나 결국 이어지는 경기들에서 5타수 1안타로 부진했고 팀도 쫓기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최준석은 5차전을 앞두고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로 테마송을 바꿨다. 징크스는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다 온 뒤에는 테마송 자체를 없애버렸고 LG는 구단 차원에서 테마송을 트는 일은 없다.
올 가을에는 SK 테마송이 쉬지 않고 울려 퍼진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이어 KIA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과정이 생중계되면서 연거푸 SK 선수들의 테마송이 TV로도 흘러넘친다. 발 빠른 정근우의 ‘근우가 치면 안타가 되고’, 박재홍의 ‘SK 박재홍! 호타준족 박재홍!’을 비롯하여 ‘DOC와 춤을’을 개사한 나주환의 테마송은 꼬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백미는 단연 박정권이다. 박정권의 테마송은 만화 영화 ‘마징가Z’를 개사한 것으로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박!정!권!’이라는 노래가 강력하게 울려 퍼진다. 이 노래 덕분일까. 박정권은 그야말로 ‘무쇠로 만든’ 두 팔로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4방 등 무려 5할대의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교한 선구안과 우람한 파워가 SK의 드라마를 빛내주고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1할대에 머무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9월 중순 이후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집중적인 지도를 받아 포스트시즌의 히어로가 되었다. 박정권은 안과질환 때문에 렌즈 대신 안경을 껴야 한다. 그러나 무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과 코칭 스태프의 정교한 지도에 힘입어 안경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무쇠로 만든’ 박정권이 되었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테마송’을 신중하게 고르는 선수로는 두산의 김현수가 있다. 그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그룹 힌트의 ‘열정의 시대’를 테마송으로 골랐다. ‘백 번 쓰러져도 천 번 실패해도 우린 아직 젊기에 뭐든 할 수 있어’ 하는 가사가 맘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사실 김현수는 성적이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떨어질 때마다 테마송을 바꿔왔다. 꽤 오랫동안 ‘let’s go’를 썼다가 지난해 시즌 초에 민효린의 ’Touch me’로 바꿨는데, 올 가을에 또 한번 바꾼 것이다. SK에 한국 시리즈 진출권을 빼앗겼으니 내년 시즌에 또 바뀔지도 모른다.
‘테마송’이 울려 퍼지면 팬들은 선율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막대 풍선을 요란하게 두들기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만능 선수로 등극한 두산의 고영민은 만화 영화 ‘가제트 형사’의 테마송에 붙인 ‘고~~제트!’ 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타석에 들어선다.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올 가을 고영민은 자신의 테마송에 어울리게 공수 양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테마송이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2007년 10월23일 한국시리즈 2차전. 그 때도 두산과 SK가 맞붙었다. 당시 SK의 홍보대사로 가수 이현지가 활동했는데 그녀는 히트곡 ‘초콜렛’을 틀어놓고 ‘SK 승리기원 응원전’을 펼쳤다. 그런데 이 노래는 두산 최준석의 ‘테마송’이었다. 최준석은 ‘SK가 내 테마송을 불러도 상관없다.’고 했으나 결국 이어지는 경기들에서 5타수 1안타로 부진했고 팀도 쫓기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최준석은 5차전을 앞두고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로 테마송을 바꿨다. 징크스는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다 온 뒤에는 테마송 자체를 없애버렸고 LG는 구단 차원에서 테마송을 트는 일은 없다.
올 가을에는 SK 테마송이 쉬지 않고 울려 퍼진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이어 KIA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과정이 생중계되면서 연거푸 SK 선수들의 테마송이 TV로도 흘러넘친다. 발 빠른 정근우의 ‘근우가 치면 안타가 되고’, 박재홍의 ‘SK 박재홍! 호타준족 박재홍!’을 비롯하여 ‘DOC와 춤을’을 개사한 나주환의 테마송은 꼬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백미는 단연 박정권이다. 박정권의 테마송은 만화 영화 ‘마징가Z’를 개사한 것으로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박!정!권!’이라는 노래가 강력하게 울려 퍼진다. 이 노래 덕분일까. 박정권은 그야말로 ‘무쇠로 만든’ 두 팔로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4방 등 무려 5할대의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교한 선구안과 우람한 파워가 SK의 드라마를 빛내주고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1할대에 머무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9월 중순 이후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집중적인 지도를 받아 포스트시즌의 히어로가 되었다. 박정권은 안과질환 때문에 렌즈 대신 안경을 껴야 한다. 그러나 무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과 코칭 스태프의 정교한 지도에 힘입어 안경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무쇠로 만든’ 박정권이 되었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2009-10-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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