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욱 월드포커스]원자바오의 訪北과 우리의 대응

[정종욱 월드포커스]원자바오의 訪北과 우리의 대응

입력 2009-10-07 12:00
수정 2009-10-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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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가 사흘 동안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어제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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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싱가포르 남양대 교환교수
정종욱 싱가포르 남양대 교환교수
그의 방문은 중국과 북한의 수교 60주년 행사의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 관심은 그가 이번 방문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느냐에 집중되었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을 받아내는가에 그의 북한 방문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원 총리에게 북한이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이번 방문의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하고 이를 실천할 것을 약속한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에 맞서 국제사회가 강경한 제재조치로 맞서는 등 최근의 한반도 주변 상황이 악화되어 온 점을 고려하면 대립에서 협상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는 뜻에서 일단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사실은 북핵 문제의 완벽한 해결이 얼마나 어려우며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제한적인가 하는 점이다.

아직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보도 내용을 보면 김 위원장이 원 총리에게 한 약속은 미국과의 양자회담 진행을 지켜보면서 6자회담이나 다른 다자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신화사 통신에 의하면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양국 간의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경과를 보아 가면서 6자회담을 포함해서 다자회담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6자회담보다 먼저 미국과 양자회담을 하고 그 진행 상황을 고려해서 6자회담을 하든지 또는 다른 형식의 다자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준 것과 크게 다름이 없는 내용이다. 발표되지 않은 합의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핵심 장관급 인사가 4명이나 포함된 고위 대표단을 권력 순위 3위인 총리가 직접 인솔하고 가서 적어도 수억 달러 상당의 경제지원을 약속하고 얻어낸 것이 겨우 이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여서 6자회담으로 북한을 끌어들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관철시키는 일차적 책임이 미국에 넘어갔다. 아마도 다음 순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 문제 특사인 보즈워스 대사가 평양에 가서 강석주든 김정일이든 북한 고위 인사와 담판을 벌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가 장담한 비가역적 조치를 통해 다시는 북한이 과거처럼 약속을 파기하고 핵 시설을 복구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관철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과 같은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그게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 시절에 말했던 구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뉴욕에서 그랜드 바겐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핵 문제 해결의 종착역을 분명히 하고 이를 위한 포괄적 조치들을 제시하여 북한과 대타협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은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그랜드 바겐 안을 좀 더 조기에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방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하고 이를 협상에서 관철시켜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 간의 양자 협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우리의 구상을 섬세하게 가다듬어 반영시켜야 한다. 그것이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으로 대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한 호기를 적극 활용하는 길이다.

정종욱 싱가포르 남양대 교환교수
2009-10-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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