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학생도 1대1 수업 “영어에 자신감”

섬학생도 1대1 수업 “영어에 자신감”

입력 2009-06-23 00:00
수정 2009-06-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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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선생님 화상강의 인기

정부에서 학생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원어민 강사 배치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농산어촌지역은 원어민 강사들이 근무를 꺼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문화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이런 지역에 있는 학생들은 영어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광주·인천시교육청 등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원격 화상 강의는 원어민 강사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을 뛰어넘어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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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덕신고 영어전용 교실에서 한 학생이 원어민 선생님과 화상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 제공
인천 강화군 덕신고 영어전용 교실에서 한 학생이 원어민 선생님과 화상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 제공


●“못 알아 들으면 천천히 설명”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덕신고는 전교생 30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시골학교다. 원어민 교사도 없다. 하지만 1·2년생들은 일주일에 두번 있는 영어수업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원어민 선생님과 1대1로 원격 화상 수업을 할 수 있어서다.

학생들은 영어전용 교실에서 각자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원어민 교사와 만난다. 원어민 교사는 모두 12명.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엄선한 초·중등학교 전·현직 교사들이다. 원어민과의 화상수업은 15분씩 일주일에 두번 한다. 12명이 한 조가 되어 화상수업을 하는 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DVD 시청이나 영어책 읽기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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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은 녹음이 돼 학생이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원어민 교사가 있는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원어민과 1대1로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원격화상 강의라는 제약조건을 제외한다면 최상의 여건인 셈이다.

2학년생인 노미래양은 “화상수업하기 전에는 교실수업이 어렵고 지루했고 화상수업 초기에도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면서 “하지만 원어민 선생님이 실수해도 괜찮다고 격려해주고 내가 못알아 들으면 천천히 설명도 해줘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붙어 요즈음은 영어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강동철 영어교사도 “학생들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모두 좋게 나왔다.”면서 “영어 실력 자체에 큰 변화는 없으나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이 성과”라고 지적했다.

인천교육청 관내 초·중·고에서 화상수업을 실시 중인 곳은 덕신고, 국제고를 비롯해 34개교다. 국제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섬 지역에 있다. 1대1 화상수업을 진행 중인 덕신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원어민 교사와 한국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제고는 토론수업을 위해 실시하고 있다. 인천교육청 중등교육과의 정정호 장학사는 “원격 화상수업은 원어민 교사가 없는 학교에서 정규수업시간에 실시 중인데 회화는 원어민 강사의 역할 비중이 높다.”면서 “농어촌 지역 영어교육 격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대면수업과 별차이 없다”

광주에서도 원격 화상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광산구 등 사실상 농촌지역과 저소득층 밀집지역 내 초·중·고 40개교가 대상이다. 부족한 원어민 교사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시행 중이다. 광주교육청 관내 300여개 초·중·고교 가운데 65%에만 원어민 교사가 보급된 상태다.

원어민 강사진은 모두 31명. 광주교육청 산하 교육정보원에서 화상인터뷰를 거쳐 선발했다. 모두 미국 교사자격증을 가진 전·현직 교사들이다.

인천과 수업 방식에 차이점이 있다면 수업을 한국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동등하게 진행한다는 점이다.

한국 교사가 수업 일주일 전에 이메일로 수업안을 원어민 교사에게 보내면 원어민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보낸다. 이런 협의를 통해 수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한국교사의 어학 연수효과도 거두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교육정책과 진정준 교육연구사는 “올초 초등학교 10곳에서 원격화상 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생 80%가량이 원어민과 직접 대면하는 수업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낫다고 답했다.”면서 “특히 화상으로 수업하는 만큼 직접 원어민을 채용하는 것보다 강의료를 30% 이상 줄일 수 있고 미국 현지 선발로 학력이나 경험 등 수준 높은 강사 채용도 쉬운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교사가 보완… 학생 집중력 배가

정부는 화상강의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현재 충북 등 12개 시·도교육청 관내 56개교 2800여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원어민 화상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를 오는 8월까지 503개교 3만 2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교과부 영어교육강화팀의 황지혜 사무관은 “원어민이 모니터 안에 있어 학생들이 덜 불안해하고 원어민과의 화상 수업 도중 학생들이 집중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나 국내교사가 이를 보완할 수 있어 화상강의가 원어민 강사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대체할 수 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2009-06-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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