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 가정 에세이
예전에 내가 교사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스승의 날에는 이 교실 저 교실에서 수업시간이 시작될 때마다 스승의 날 노래가 울려 퍼지곤 했다. 그 노래를 부를 때면 선생님들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 몰라 했고, 그러면 학생들은 더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곤 했다.그런데 요즘의 스승의 날은? 아예 휴교하는 학교가 많다. 스승의 날만 되면 촌지 수수 문제로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학교 정문에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스승의 날에는 학교를 방문하지 말아 주십시오’ 라는 가정 통신문을 발송하는 요즘.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좋은 뜻으로 만든 날이 그 의미가 퇴색돼 버리고, 나중에는 그날이 부담으로만 작용하는 그런 날이 있는데, 스승의 날이 그렇다.
요즘은 “스승은 없고 지식 전달자만 있다”는 말도 하고, 또 어떤 교육자는 “차라리 스승의 날이라고 하지 말고 교사의 날이라고 하라” 고 자조 어린 말도 한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모든 위치가 그런 것 같다.
부모 마음도 부모가 되어 봐야 아는 것처럼, 선생님들 마음을 학생 시절에는 잘 모른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때 그 선생님이 진정한 스승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고, 또 선생님으로 인해서 내 인생이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어느 중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에게 이색 상품권을 선물한다고 한다. ‘안마해 드리기’‘심부름하기’‘떠들지 않기’ 등이 적힌 감사 상품권…. 학생들은 그 상품권을 받고는 즉시 내미는 선생님들에게 즉석에서 애교를 곁들인 안마를 해 드려 교실마다 웃음꽃이 넘쳐 난다고 한다.
기념일은 좋은 마음으로 그날을 기릴 때 기념일이다. 선생님을 업고 운동장을 걸어 보는 기념식, 선생님과 학생들의 역할 바꾸기 게임을 하는 이벤트 등 감동과 느낌이 오가는 스승의 날 학교 풍경은 기대하기 힘든 걸까.
스승의 날에 텅 빈 학교, 텅빈 교실… 너무 쓸쓸하다.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이 좋다고 한다.
학생을 차별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해 주는 선생님.
유머가 많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선생님.
학생 개인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선생님.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
하지만 이런 선생님이 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를 것이다.
선생님들도 인간이지 성인 군자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 치의 차별도 없이 가르칠 수 있나? 예쁜 짓하는 놈만 예쁜 것이 사람 마음이다.
예쁜 짓은 어떻게 하느냐? 열심히 노력하고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는 애들을 보면 너무 예쁘다. 이것은 성적을 떠나서의 문제다. 그러다 보니 그런 애들이 성적이 좋기 때문에 언뜻 성적 좋은 애만 차별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교사 생활을 해 봐서 잘 아는 사실이다. 수업할 때도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열중하는 학생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또 사람 감정은 얼굴에 드러나게 되어 있어서,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표정에서 다 보인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 선생님은 가슴이 뛰며 행복해진다.
유머가 많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기가 높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교재를 연구하는 것보다 유머를 연구할 때도 많다. 유머집도 사 보고 인터넷도 검색해 보고…, 그래도 안 되는 선생님은 노력해도 안 된다. 천성이 딱딱한 걸 어쩌라고?
노력하는 것만 보이면 많이 웃어 드리게 하자. 선생님의 모든 것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도 일종의 매너다.
개인에게 일일이 관심을 표현해 주는 선생님을 원한다고 하지만, 선생님들이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학교 업무가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지도안 내야지, 기획서 제출해야지, 시험 문제 내야지, 채점하고 생활 기록부 써야지, 수업 준비해야지, 학생 문제가 터지면 여기저기 불려다녀야지, 행사나 교육에 참여해야지, 상담해야지, 서류 써내야지….
선생님에게 수업은 극히 일부분의 업무일 뿐이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아이가 선생님을 먼저 기억하고, 아이가 먼저 선생님을 좋아해 주면 되지 않을까. 먼저 존경하고 먼저 사랑해 드리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을 원한다. 하지만 선생님치고 열심히 안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을까.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것도 선생님께 집안 문제가 있거나, 선생님 건강이 안 좋거나 할 것이다. 우리도 실수가 있고 모자람이 있는데 선생님이라고 완벽할까. 선생님도 인간이다. 먼저 위로해 드리자.
선생님을 존경하게 하는 것은 성적에도 관련이 있다. 과목이 싫어진 데는 뜻밖에도 ‘선생님이 싫어서’라는 이유도 많다. 선생님이 싫으면 그 과목이 싫어지고 선생님을 좋아하면 당연히 그 과목도 좋아지는 것.
사람의 감정은 쌍방 교류 법칙을 지닌다는 것을 아는지? 즉 내가 좋아하면 그도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면 그도 싫어한다. 사람은 기가 막히게도 그가 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안다.
아이가 먼저 선생님을 좋아하게 하자. 선생님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그 점을 사랑하게 하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대가는 크게 돌아온다. 과목의 점수가 쑥쑥 올라간다.
‘선생님, 사랑해요!’
이 마음을 지금부터라도 갖게 하자.
그리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사랑의 레이저를 강렬하게 쏘아 대라고 말해 보자.
글 송정림 방송작가
월간 <삶과꿈> 2008년 5월호 구독문의:02-319-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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