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이 시대의 강철왕?

당신도 이 시대의 강철왕?

정서린 기자
입력 2008-04-26 00:00
수정 2008-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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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연극 ‘강철왕’ 연습실

영화에 ‘아이언맨’이 있다면 연극엔 ‘강철왕’이 있다.5월5일까지 행진할 ‘강철왕’(작·연출 고선웅)은 서울 명륜동에 자리한 마방진 극공작소 연습실을 극장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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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지하 연습실에는 서늘한 기운이 뿜어 나왔다. 반대로 무대는 펄펄 끓고 있었다. 주인공 왕기가 450도 고온의 열처리기구 안에서 70분간 달궈지고 있었기 때문. 왕기는 이렇게 ‘강철왕’이 된다. 꿈을 버리고 사업을 물려 받으라는 아버지와의 입장차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왕기는 차라리 ‘스텐레스’가 되고 만다.

고선웅(40) 연출가가 마방진 극공작소를 차린 건 2005년. 마방진이 표방하는 작품의 기조는 마술적 사실주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기이하고 기발하다.“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주제로 다뤄요.1호 작품 ‘모래여자’는 지하 30m 안에서 계속 모래를 퍼내며 사는 여자 이야기였고 2호 작품 ‘마리화나’는 궁중에서 대마초를 피운다는 얘기였죠.”

이번 ‘강철왕’은 14년 전 그가 광고회사에 다닐 때 썼던 시에서 움텄다.“광고주가 ‘갑’이라면 광고대행사는 그야말로 ‘을’이잖아요. 저도 매일 드레스 셔츠를 껴입고 다니며 스트레스 많이 받았죠. 그때 썼던 스트레스라는 시가 스텐레스로 끝나는데 그 에너지가 맘에 들어 ‘강철왕’을 착안했습니다.”

댄서가 되겠다는 꿈을 꾸던 왕기. 자수성가한 아버지 성국은 자신의 열처리공장의 후계자로 왕기를 지목한다. 마지못해 면류관을 쓰고 공장에 입성한 왕기는 첨단설비의 등장으로 해고될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게 인질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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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처리기구에 갇힌 그는 사고로 열처리를 거쳐 스텐레스맨(강철왕)으로 거듭난다. 물도,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하던 스텐레스맨은 스트레스의 끝에서 결국 자멸하고 만다.

그래서 연출가가 정한 작품의 주제는 “스트레스 받지 말자.”다. 그러나 ‘연출가의 스트레스’란 게 또 만만치 않다. 배우, 스태프, 재정적 압박과 씨름하고 나면 관객과 평단이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리고 있다. 고 연출은 “너무나 간단하게 제작자를 베어 버리는 말”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난해한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몸짓의 향연을 펼쳐내야 하는 배우들의 스트레스도 적지 않아 보였다. 의문을 표시하자 연출가가 무대에 대고 외쳤다.“야, 너희 스트레스 많이 받냐?” 주제가 무색하게도 여기저기서 웅얼웅얼 답이 돌아왔다.“네.”

이 시대의 강철왕은 누구일까. 연출가는 배우들을 가리켰다.“연극배우들이 다 강철왕이에요. 이 지하연습실에서 만원짜리 공연을 위해 열정을 쏟는 인생들, 이게 강철처럼 살아가는 거죠.”

‘강철왕’의 제작비는 2000만원. 배우들의 개런티는 일단 ‘무시하고’ 간단다.“출연료를 주긴 주셔야죠.”기자의 말에 고 연출은 씁쓸히 웃었다.“그래서 연극하는 사람들은 강철왕이라니까요.”(02)762-0010.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4-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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