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 100주년 좋거나&나쁘거나

한국연극 100주년 좋거나&나쁘거나

입력 2008-03-15 00:00
수정 2008-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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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연극이 지금의 형태를 갖춘 지 100년째 되는 해.1908년 11월 서울 종로 원각사극장에서 이인직의 ‘신세계’가 처음 신극(新劇)의 형태로 무대에 오른 것. 올해 연극계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공연·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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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협회는 연극 100주년 기념 공연 시리즈 첫 작품으로 ‘남사당의 하늘’(손진책 연출)을 택했다.27일부터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일 이 공연은 광대들의 한과 흥을 남사당의 여섯 놀이로 펼친 것으로, 극단 미추가 1993년 발표해 백상예술대상과 서울연극제 대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국연극협회는 또 연말 우수 작품과 연극인들에게 수여하는 한국연극대상을 신설할 예정이다. 전국 15개 지역의 극단이 전국을 순회공연하는 소극장 네트워크 페스티벌도 진행된다.

고양문화재단은 강부자의 ‘오구’(이윤택 작·연출)를 100주년 기념작으로 선정했다. 새달 4일부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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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오구’
오른쪽부터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오구’
국립극장은 ‘한국연극 100주년, 축제는 계속된다’라는 이름으로 창작 대작 ‘야래자’(5월27일∼6월1일·해오름극장)를 선보인다.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삼국유사의 설화를 토대로 한국근현대사를 풀어낸다. 세종문화회관은 1940∼50년대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오른 재미교포 작가 김은국의 ‘순교자’(5월10일∼6월1일·세종M시어터)를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극단이 공연할 ‘순교자’(연출 정진수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는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인간적인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동극장에서도 원각사 설립 100주년을 맞아 11월 이인직의 신소설 ‘은세계’(손진책 연출)를 다시 올린다.

민간극장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울림 소극장은 100주년 기념 ‘해외 문제작 시리즈’를 지난 2월부터 선보이고 있다.‘블라인드 터치’(연출 김광보)가 16일 막을 내리면 21일부터는 박정희 연출의 ‘애쉬즈 투 애쉬즈(Aches to aches)’가 공연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신극 100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연극계는 뮤지컬·스타마케팅 중심의 기획 공연·개그쇼 등이 기세를 부리면서 양극화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돼 온 대학로 연극열전2의 경우,‘서툰 사람들’‘늘근 도둑 이야기’가 각각 1억여원의 순익을 내며 보조석까지 만들 정도로 인기이지만, 다른 중·소 연극들은 자리 수를 채우기도 힘든 실정이다. 소극장연대인 ‘세븐스타’의 박장렬 대표는“그나마 연극열전이라도 없다면 연극에 관객이 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저예산 연극들은 관객이 없어 공연을 올릴 생각도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탄생 60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극단 신협의 전세권 대표는 1962년 구상한 희곡 ‘목이 길어 슬프다’를 올해 ‘워터링(watering)’이란 제목으로 개작해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재정 문제에 봉착해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 대표는 “한번 부딪쳐 봐야죠.”라는 말로 추진 의지를 내비쳤지만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었다.

공연 시장의 기호는 ‘정극’을 올리기도 주춤하게 만든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정대경 대표는 “상업적으로 흐르는 공연문화가 연극을 오락으로 희화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출가 김광보씨는 “영국의 거장 연출가, 피터 브룩이 20세기 말이 되면 연극은 사양산업이 될 거라고 말한 것처럼 연극이 이제 사양산업이 된 건 분명하다.”며 “게다가 연극도 흥행 코드를 따라가 사회성이나 깊이 있는 작품을 택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연극 100주년이 연극정신 부활의 새로운 단초가 될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김 연출가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초창기 연극이 시작될 때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 보고 정석대로 작품을 만드는 것만이 연극이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신극 100주년을 계기로 ‘공연 생태계의 종 다양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박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관객 동원력 없는 정극을 극장들이 담보해주지 못하는 만큼 신극 100주년을 맞아 영화계의 독립영화관처럼 정극전문극장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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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3-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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