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진통 내막 살펴보니

민주 공천진통 내막 살펴보니

구혜영 기자
입력 2008-03-08 00:00
수정 2008-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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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헤쳐모여”… 총선이후 ‘입지 경쟁’

1차 공천 확정지역 발표를 둘러싼 통합민주당의 막판 진통에 대해 논란이 무성하다.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공천 부적격자 선정 과정의 갈등이 표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고위원회가 7일 공심위에 단수지역 71곳(보류지역 9곳 포함)의 자료에 대한 보충자료를 요청했다는 상황이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공심위는 지도부의 이같은 요청과는 별개로 당초 예정됐던 단수지역뿐만 아니라 유력 경합지역과 호남 일부지역 심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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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심위·최고위 ‘엇갈린 표정’   통합민주당이 7일 1차 공천심사 결과 발표를 지연한 가운데 박재승(왼쪽사진 맨 왼쪽) 공천심사위원장이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공천 심사를 속개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오른쪽 사진 가운데)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천배제 대상인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전 의원 옆을 지나가고 있다. 김명국 이호정기자 daunso@seoul.co.kr
공심위·최고위 ‘엇갈린 표정’

통합민주당이 7일 1차 공천심사 결과 발표를 지연한 가운데 박재승(왼쪽사진 맨 왼쪽) 공천심사위원장이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공천 심사를 속개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오른쪽 사진 가운데)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천배제 대상인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전 의원 옆을 지나가고 있다.
김명국 이호정기자 daunso@seoul.co.kr


이런 측면에서 공천 발표 지연 사태를 당 지도부와 공심위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은 지극히 표피적인 판단이라고 여겨진다. 오히려 내막의 본질은 ‘총선 이후 야당 권력투쟁의 서막’에 가까워 보인다. 갈등의 지점엔 손학규 대표의 신 당권파와 박상천 대표의 구 민주당 당권파가 놓여 있다.

공천 부적격자 선정과정에서 1차 확정지역 발표까지 박상천 대표를 비롯한 구 민주당계는 일관되게 ‘반발’했다. 이들은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근거로 ‘쇄신공천 효과 축소’를 들었다. 통합민주당의 공천 첫 작품인데, 현역 의원 중심의 명단이 발표되면 물갈이 효과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른 데 있다.

구 민주당계 핵심 관계자는 막판 진통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양당이 통합효과를 최대화하는 공천을 해야 하는데 친노 인사들과 과거 열린우리당 색채를 빼지 않은 채 발표하면 안 된다.”

수도권 단수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구 민주당계 인사는 거의 없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구 민주당계의 위기의식 저변엔 ‘첫 작품’부터 밀리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 민주계 인사들의 반발을 대하는 손 대표의 반응은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렵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후보들의 불만을 달래려면 박 대표의 ‘발목잡기’에 브레이크를 걸 만도 한데 딱히 그러지 않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같은 공동대표인데 어떻게 제동을 걸겠냐.”며 손 대표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그러나 손 대표 입장에서 ‘친노·열린우리당 탈색’은 박 대표와 공통되는 이해관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의 공천 진통은, 뚜렷한 당내 리더십이 부재한 무주공산 상태에서 총선 이후를 겨냥한 두 대표의 ‘총성 없는 전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2008-03-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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