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견’은 배우에게 값진 순간이다. 공형진(39)은 스스로 그 은혜를 입은 배우다. 그가 하이틴영화 출신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학 2학년때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를 시작으로 내리 세 편의 하이틴영화를 찍었다. 이듬해에는 SBS 공채 탤런트로 들어가 조연을 거듭했다. 스스로를 꺾은 건 딱 10년 전이다. 언젠가부터 또박또박 월급 받듯 드라마 출연료를 받는 배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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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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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진
“이렇게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을 접고 극단 유에 4기로 들어갔죠. 그래도 생각했어요.‘나는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지만 내 몫을 하는 배우’라고요.”
그를 다시 출발선에 세운 영화는 ‘파이란’(2001)이다. 우리가 공형진을 재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그때 (최)민식이 형님에게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트레이닝이란 게 뭘 가르쳐준 게 아니라 제 가능성을 봐주신 거예요. 형님이 추천을 하고 오디션을 거쳐 하게 됐는데 기대하는 만큼 제가 못하면 대단히 실망하셨어요. 그래서 이걸 못해내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있었죠.” 그런 긴장감 속에서 작품을 끝마칠 쯤이었다. 최민식이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부터 영화를 찍으면 참 좋은 영화가 나오겠다고.
공형진은 그 이전에 했던 10년간의 연기는 다 ‘거짓말’이라고 했다.‘연애시대’의 닥터공이나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만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캐릭터 표현하는데 초등생 아들 덕 좀 봤죠”
이번 영화도 그 연장선이다. 어른이지만 11살 지능을 가진 두 친구의 엉뚱한 소동극이자 꿈을 좇는 드라마인 ‘대한이, 민국씨’. 여기서 그는 바보 민국이가 됐다.
밝고 표정이 많은 캐릭터를 뭉치는 데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의 덕이 컸다.“아이가 저한테 혼날 때 쭈뼛쭈뼛하는 표정이나 아빠가 오면 달라붙어 응석부리는 거. 뭘 잘못하고 혼날까봐 슥 숨는 거라든지 하는 게 힌트가 됐어요.”
그러나 영화는 과연 이들이 바보인지, 어리석은 욕심에 자신과 타인을 망치는 정상인들이 바보인지 묻는다. 캐릭터를 대하는 공형진의 생각이기도 하다.“저는 바보라고 처음부터 규정짓고 싶지 않았어요. 장애는 불편하지만 결코 불행한 친구들은 아니다. 누구의 잣대로 바보와 정상인을 나눌 것이냐. 멀쩡히 교육 받고 결격사유 없이 살면서 남을 해치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바보인 거냐. 장애가 있지만 행복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바보인 거냐. 거기에 대한 경종을 던져주고 싶었어요.”
그와의 만남에서 기대했던 건 금방이라도 꺄르르 날아올 것 같은 그의 애드리브였다. 그러나 공형진은 인터뷰 내내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만큼 가볍지 않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저는 정확히 반반이에요. 대단히 예민하고 다혈질이고 까탈스러운 게 반이고, 즐겁고 유쾌한 것도 반이고요. 그 반과 반이 잘 공존해 있는 성격이죠.”
●인터뷰 내내 진지한 그, 보이는 것만큼 가볍지 않은…
코미디에서 활강해온 배우이지만,18년이라는 지난한 시간은 그의 얼굴에도 스며들어 있었다. 관두고 싶은 적은 일초도 없었단다.“내가 포기하기엔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거야. 재능이 없다고도, 노력을 안 한다고도 생각 안 했으니까요. 나를 밟을 수 있을 때까지 밟아봐라. 내가 일어나주마, 했죠.”
공형진이 배역을 선택할 때 기준은 일단 ‘살냄새’다. 사람 냄새가 나야 자신을 입혔을 때 넉넉한 웃음도 나고 연민도 생긴다는 게 이 배우의 자각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2-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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