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영양분을 마련하는 방법에 따라서 독립영양생물과 종속영양생물로 나뉜다. 식물은 엽록소에서 빛을 흡수한 후 무기물만을 이용해서 유기물인 탄수화물을 만들어 내고 이것을 이용하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독립영양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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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영양생물은 말 그대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다른 것에 의존해 사는데, 동물은 음식물 소화를 통해서 영양분을 얻고, 버섯이나 곰팡이는 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간다.
식충식물은 영양분을 얻는 방법에 있어서 동물을 흉내 내는 식물이다.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양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물처럼 다른 먹거리를 소화시켜서 양분을 얻기도 한다. 식충식물이 동물 흉내를 내가며 벌레를 잡아먹는 이유는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는 질소나 인 같은 무기물질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이지만 동물의 성질을 가진 식충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식충식물 전시행사가 열리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런 전시에는 으레 네펜데스, 사라세니아, 드로세라 같은 외국산 식충식물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우리땅에도 12종류나 되는 토종 식충식물이 살고 있다.
한반도의 식충식물들은 통발과(科)와 끈끈이주걱과에 속한다. 통발과에는 통발, 들통발, 개통발, 이삭귀개, 땅귀개, 자주땅귀개, 벌레잡이제비꽃, 털잡이제비꽃 등 8종류가, 끈끈이주걱과에는 끈끈이귀개, 긴잎끈끈이주걱, 끈끈이주걱, 벌레먹이말 등 4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벌레잡이제비꽃, 털잡이제비꽃, 긴잎끈끈이주걱은 북부 지방에만 분포하고, 벌레먹이말은 멸종되었다.
통발, 들통발, 개통발은 수생 식충식물로서 물 속의 가는 잎에 포충낭(捕蟲囊)이 달려 있어, 이 속으로 작은 수서곤충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뚜껑을 닫고 잡아먹는다. 통발이라는 이름은 포충낭이 물고기를 잡는 통발과 비슷하게 생겨서 붙여졌다. 이삭귀개, 땅귀개, 자주땅귀개도 포충낭이 있는 식충식물이지만 물 속이 아니라 습지에서 산다.
이삭귀개 종류들은 땅 가까이 또는 땅 속의 뿌리줄기에 통발이 달려 있는데, 물기가 많은 곳에 살므로 포충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땅속줄기에서 작은 잎을 땅 위로 드문드문 낼 뿐 줄기가 없으므로 꽃이 필 때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렵다.‘귀개’라는 이름은 귀이개에서 온 것으로, 열매의 모양이 귀이개를 닮았다. 이들은 모두 통발속(屬)에 속한다.
끈끈이귀개나 끈끈이주걱은 포충낭 대신에 잎에 있는 끈끈한 물질로 곤충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둔 후에 잡아먹는다. 통발 종류들에 비해서 더 큰 생물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데 파리나 개미처럼 비교적 큰 동물도 곧잘 걸려든다.(벌레먹이말속은 벌레먹이말 한 종이 한 속을 이루는데, 그만큼 특이해서 지구상에 비슷한 식물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널리 분포하던 수생식물이지만 세계적으로 자생지에서는 이미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구니 모양의 작은 잎이 조개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며 물 속의 작은 벌레를 포식한다.)
식충식물들은 습성이 특별한 것처럼 사는 곳도 오래된 연못이나 고산습지 등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반도의 토종 식충식물 모두가 멸종위기에 놓여 있으며, 그 가운데 더욱 위급한 상황에 놓인 끈끈이귀개와 자주땅귀개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2007-11-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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