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 릴레이 시론 (6)] 복지 확대와 감세 약속은 사기다/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6)] 복지 확대와 감세 약속은 사기다/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입력 2007-11-16 00:00
수정 200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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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지체제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모든 대선주자들이 복지 확대를 공약하고 있지만 그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화려한 수사와 구호만 요란한 정책들을 나열하면서 복지 확대를 외치지 말자. 대신 한국사회가 직면한 처지와 조건을 직시하고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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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이 있지만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전통적 복지국가의 역할과 새롭게 제기되는 역할 모두를 감당하는 것이다. 실업, 질병, 노령 등에 대한 사회보장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저출산, 고령화 등 새로운 사회 위험요인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통적 사회보장체제의 보편적 확대라는 국가의 역할이 막 시작되려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저출산, 고령화 등 새로운 사회 위험요인이 확산되면서 한국사회는 복지국가의 전통적 역할과 새로운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복지의 핵심적 과제는 복지자원의 절대적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조세 증가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권위주의적 발전국가의 유산인 국가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대다수 국민이 경제성장 제일주의의 벽을 넘어서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내자는 주장은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요구되는 복지재원의 확대가 정부지출의 효율화라는 지엽적 대응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정치적이다.

더욱이 감세는 대안이 될 수 없다. 감세와 복지확대를 함께 이루려면 적자재정을 편성하든지 아니면 다른 세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적자재정은 그 부담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고, 세출을 줄이는 것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감세와 복지확대를 동시에 이루어낸 전례는 없다. 국민의 증세에 대한 저항이 크고 복지 확대에 대한 열망 또한 크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감세와 복지 확대를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지름길도 없고 돌아갈 길도 없다.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사회에서 그 정도는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길뿐이다. 복지 확대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가 아닌 ‘토대’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대선주자들이 국민에게 복지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면서 정작 복지 확대의 근간이 되는 증세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도리어 감세를 주장하는 것은 지도자가 가야 할 정도가 아니다.

복지 확대·증세가 국민의 삶을 초토화시키는 ‘세금폭탄’이 아닌 우리 모두의 번영을 위한 토대라는 믿음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천국이라 일컬어지는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통령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희망과 웃음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 희망과 웃음은 국민 모두가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받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때 가능할 것이다.12월19일 이후 우리 국민은 신기루와 같은 희망과 씁쓸한 웃음이 아닌 밝은 웃음과 참된 희망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것이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7-11-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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