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청소년 우호 만남’ 베이징 현지 동행 취재기

‘한중일 청소년 우호 만남’ 베이징 현지 동행 취재기

서재희 기자
입력 2007-08-28 00:00
수정 2007-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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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요!(짝짝 짝)”

지난 20일, 중국 톈진(天津)시 타이다(TEDA) 축구장에 ‘이색 구호’가 울려 퍼졌다. 한·중·일 청소년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연합팀과 톈진시 청년대표팀과의 축구 친선경기에서 연합팀을 응원하기 위해 즉석에서 만들어 낸 구호다. 한국의 대표 응원구호인 ‘(짝짝 짝 짝짝)대∼한민국’, 일본의 ‘니폰(짝짝짝)’, 그리고 중국의 ‘찌아요’를 합쳤다.

구호의 힘이였을까. 이날 처음으로 발을 맞춰본 연합팀은 상대팀에 3대0으로 지다가 후반들어 3골을 넣으며 3대4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16∼22일 중국 베이징(北京)과 톈진에서 ‘한·중·일 청소년 우호 만남’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지난 1월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제안으로 중국이 한·일 청소년을 초청해 마련한 것.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한국의 청소년 100명을 따라 이웃나라 청소년들과 자연스레 한 목소리를 낸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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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우리가 한국 홍보대사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한 중국 남학생이 한국인 참가자에게 100위안짜리 지폐를 반으로 가른 ‘사랑의 쪽지’를 쥐어줬다.16일 저녁, 아세안 10개국 청소년들과 한·중·일 3국 청소년들이 만나는 ‘아세안+3 청년교류회’ 환영파티장에 한복을 입고 나온 모습에 반했단다.

원래 정장 차림으로 오게 돼 있었던 행사장에 한국 청소년 중 일부가 우리 문화를 알리려 스스로 한복을 입고 나온 것. 브루나이에서 온 세잇 메이 치엔은 “전통의상 중 제일 예쁜 것 같은데 옷고름을 매기가 어렵지 않으냐.”며 관심을 표현했다.

문화의 중요성 몸으로 깨달아

셋째날(19일) 저녁, 베이징 라오서(老舍) 찻집에서 친목 공연이 열렸다. 한달여에 걸쳐 한국 청소년들이 준비한 퓨전 국악 공연과 사물놀이가 시작됐고, 일본의 뱃놀이춤, 중국의 전통예술 ‘캘리그래피’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교류는 장외에서 펼쳐졌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사물놀이팀이 길거리에서 북과 꽹과리를 쳤고,3국 청소년들이 너나할 것 없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강혁진(25·대학생)씨는 “대화로 쌓은 친밀감보다 부대끼면서 느끼는 공감대가 훨씬 크다.”면서 “국제 교류가 늘수록 문화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해의 폭 넓힌 만큼 갈등도 줄어 들길”

마지막 만찬이 열린 뤼써 스 따이 썽 타이 호텔에서는 아쉬움과 친밀감이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교류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중국청년연합에서 나온 짜오링(29·여)은 “지역적으로 가까운 만큼 갈등을 겪을 일도 많은데 청소년들이 사람대 사람으로 우애를 쌓아야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에 이어 한·일도 이 행사를 이어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측 단장으로 참가한 최규종(55) 국가청소년위원회 미래전략팀장은 “교류 활동이 우호를 쌓는 데서 나아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청소년 대표 안영일(24·대학생)씨는 “베이징 수도 박물관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면서 “다양한 교류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외교 문제를 가슴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베이징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해외교류 참여 비결은

‘꿈꿀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 오는 9월 하버드대에 입학할 예정인 김은지(18)양은 이번 우호만남에 참여를 신청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김 양은 “해외 나가는 게 집에 돈이 많은 아이들의 특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최근 2년 사이 해외 교류가 부쩍 늘어 마음만 먹으면 기회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우호만남 참가자들은 해외 교류를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참여 비결을 소개한다.

주요 사이트 정기 방문 필수

해외 교류 정보가 집중적으로 모이는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들러볼 필요가 있다. 각 단체 홈페이지 등에 산발적으로 뜨는 교류 공고가 이곳으로 모인다. 대표적인 곳은 다음 카페 ‘미래를 여는 지혜(cafe.daum.net/gointern)’‘인턴뉴스(internnews.com)’‘대티즌 닷컴(detizen.com)’싸이월드 클럽인 ‘씽유(club.cyworld.com/thinkuniv)’.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지’와 오프라인 신문 ‘대학내일’에도 관련 정보가 모인다는 게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참가신청서 공들여야

해외 교류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높은 경쟁률을 뚫는 것도 관건. 국가청소년위원회 사무관은 “심사할 때 한국을 알릴 만한 장기가 있거나 외국어를 잘 하는지 등을 고려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얼마나 교류를 하고 싶어하는지 동기나 의지가 중요하게 평가되므로 지원서를 공들여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7대1 경쟁률 뚫은 참가자 면면 보니…

흔히 ‘청소년’이라고 하면 중·고등학생을 떠올리지만, 이번 ‘한·중·일 청소년 우호만남’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지원 대상을 만 16∼26세로 한정했지만 95명 모집에 지원자만 무려 700명.7대1의 경쟁률을 뚫고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의 참여 소감을 들어봤다.

공무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비로소 세계적 한국인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주시에서 관광안내를 맡고 있어 매일 외국인을 만난다는 강지선(25·여)씨는 “일주일 동안 외국인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훨씬 커진 느낌이다.”면서 “앞으로 외국인들을 안내할 때 한 마디라도 이해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대다수인 청소년 교류 행사에 공무원인 강씨가 도전한 것은 ‘진정한 세계인’으로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강씨는 “오기 전에 약간 부담을 느꼈지만 동생들과 한데 어울려서 지내다 보니 오히려 즐거웠다.”면서 “세계적인 한국인이 되려면 최대한 많은 기회에 도전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본격적인 취업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대학생 김태경(25)씨에게도 이번 우호만남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에게 국제 교류 활동은 진로를 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학교 1학년때 국제 교류 캠프에 참여한 뒤 공대에 다니다가 아예 과를 국제관계학으로 바꿨다.”면서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내가 세계 속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아시아를 주름잡는 방송인이 되는 게 목표라는 그는 “국제 교류 활동을 일시적 경험으로 쌓을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가면 진로를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시적 경험으로 그치지 말아야

대다수의 지원자들은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생들. 대원외고 중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해솔(18)군은 전문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이군은 “외국어고 중문과에 다니지만 중국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일년에 3번 정도밖에 안된다.”면서 “교류를 통해 중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연락을 이어가다 보면 학교 밖에서 중국에 대해 배우는 게 훨씬 많아진다.”면서 뿌듯해했다.

중국어 통역요원 역할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 장선미(18·사직여고 2)양은 이번 활동이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 양은 “국제 관계 활동은 대학 특별 전형에서 중요한 요소”라면서 “특히 정보가 부족한 지방의 학생들은 이런 행사 참여 기회를 적극 도전해 볼만 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2007-08-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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