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惠而不知爲政(혜이부지위정)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惠而不知爲政(혜이부지위정)

입력 2007-04-07 00:00
수정 200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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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정(鄭)나라의 대부(大夫) 자산(子産)은 어진 재상으로 이름이 높았다. 어느 날 그는 진수와 유수를 지나다가 백성들이 걸어서 냇물을 건너는 것을 보고 측은히 여겨 자기 수레를 빌려줘 건너게 했다. 물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맹자는 자산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자산은 은혜롭기는 하나 정치를 할 줄 모른다.11월에 사람들이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를 놓고,12월에 수레가 지나다닐 수 있는 큰 다리를 놓으면 백성들이 물을 건너기 위해 근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군자가 정치를 공평하게 하면 길을 가면서 사람을 물리쳐도 좋을진대 어찌 사람마다 건네줄 것인가.” 농한기를 이용해 겨울에 다리를 놓으면 백성들이 물을 건너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맹자가 보기에 자산의 행위는 은혜롭기는 하지만 정치는 아니었다.

요컨대 큰 정치가라면 보다 대국적인 데 착목해야 한다는 얘기다.‘맹자’ 이루장구(離婁章句) 하편에 나오는 고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일부 정치인들이 보여준 단식정치 행태가 혜이부지위정(惠而不知爲政)이라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권에서 당·정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한·미 FTA 체결에 맞서 단식의 구태정치를 재연한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조공협상’‘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자학적 표현을 쓰는가 하면,“나를 밟고 가라.”는 순교자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마이너스 FTA’는 안된다는 모호한 수사를 남발하며 줄타기 정치를 일삼는 이도 있다.

정작 국익을 앞세워 말해야 할 때는 침묵하다가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正治)’가 아니다. 원칙 없는 널뛰기 정치요, 인기를 구걸하는 소극(笑劇)정치일 뿐이다. 대의를 헤아리지 않는 기회주의적 포퓰리즘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백남준이 ‘쇼를 해라!’라고 했다면, 필자는 ‘정치를 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jmkim@seoul.co.kr

2007-04-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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