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직업은요

우리 아빠 직업은요

입력 2006-09-22 00:00
수정 200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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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사람들이 아빠의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난 어깨를 으쓱거리며 “우리 아빠는요, 큰 회사에 과장님이에요” 하고 자랑했었다. 그때만 해도 난 아빠가 회사에서 편하게 일하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퇴근한 아빠의 몸에서 물씬 풍기는 향냄새를 맡았다. 안방 장롱 속 깊이 숨겨놓았던 이상한 책들도, 노란 종이 위에 그려진 이상한 그림들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난 우연히 엄마와 아빠가 하는 말을 들었다. 많이 걱정된다며 눈물을 흘리는 엄마와 한숨을 내쉬는 아빠가 참으로 이상했다.

며칠이 흐르고 난 친구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 엄마는 점쟁이 딸이 보고 배운 게 뭐가 있겠냐며 나와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 울며불며 대들었다. 아빠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가 없다고, 왜 그런 직업을 선택해서 날 힘들게 하냐고. 아빠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이었다. 나는 친구가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는 것을 보았다. 왜 지저분한 리어카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거기 우리 엄마가 하는 곳이야” 하고 대답했다.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가 일하는 거라고 했다. 식당일이며 파출부며 다 해봤는데 병간호하느라 제대로 일을 나갈 수가 없어 떡볶이 장사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처음엔 그 사실이 부끄럽고 창피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빠는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행복이고 그 이름만으로도 삶의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아빠의 직업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일 뿐, 부끄러울 게 하나도 없다. 난 이젠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다. “우리 아빠의 직업은요. 역술가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주는 행복 전도사예요.”라고 말이다.



월간<샘터>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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