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특파원의 월드컵 편지] 반갑게 손 내미는 터키인 “우리는 형제… 한국 응원”

[박준석 특파원의 월드컵 편지] 반갑게 손 내미는 터키인 “우리는 형제… 한국 응원”

입력 2006-06-10 00:00
수정 2006-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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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이나 출장 중에 피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생면부지의 외국인이 호감을 보이면 다소 당황하게 된다. 무슨 나쁜 짓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틀 전 저녁, 그날도 한국대표팀의 오후 훈련을 보고 늦게 숙소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상점들이 저녁 8시면 문을 닫는 통에 인근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를 찾았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나도 허기를 참으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주문을 받던 50대 남자는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내 차례가 되자 갑자기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너무나 친절한 태도로 변했다. 환대의 이유를 몰라 내심 불안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바로 궁금증이 풀렸다. 주문을 끝내자 그는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대답하자 자기는 터키인이라며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는 형제(We are the brothers)”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뒤에 손님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그는 이국땅에서 모처럼 만난 ‘형제’를 쉽게 보내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가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한·일월드컵 때 한국을 방문했고 이번에도 경기는 직접 보지 못하지만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출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한국이 진출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 월드컵에선 한국과 터키가 다시 한번 4강까지 진출하자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국땅에서 만난 ‘형제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길게 늘어선 손님들의 눈총이 너무나 따가웠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게문을 나서야만 했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몰랐지만 ‘우리’는 그 짧은 시간동안 네번이나 손을 맞잡았다.

쾰른(독일)pjs@seoul.co.kr

2006-06-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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