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 (60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6)

儒林 (60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6)

입력 2006-05-10 00:00
수정 2006-05-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6)


며칠 동안 골머리를 썩이며 과거시험을 출제한 정사룡은 반드시 대부분의 거자들이 이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놀랍게도 거자는 정사룡이 쳐놓은 덫을 단숨에 타파하고 있음이 아닌가.

그뿐 아니라 그러한 시험문제를 출제한 시험관의 탐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책까지 하고 있음이 아닌가.

“…원안이 문을 닫고 눈 속에 누워 있는 것과 양시가 눈 속에 서 있는 것과 난한지회(暖寒之會)와 산음의 흥(山陰之興)과 같은 것은 혹은 고요함을 지키는 즐거움이 있고, 혹은 도를 찾는 정성이 있으며, 혹은 호사(豪舍)에서 나오고, 혹은 방달(放達)에서 나온 것으로 이는 모두 하늘의 도와는 상관없는 것이니, 어찌 오늘날 말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정문일침(頂門一鍼)이다.

정사룡은 순간 정수리의 급소에 침을 한방 맞은 것처럼 부끄러움을 느꼈다.

거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미지 확대
그러한 눈(雪)에 얽힌 고사들은 현학(衒學)적인 호사취미일 뿐 ‘하늘의 도와는 상관없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말할 가치가 없다.’는 거자의 질책은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었던 것이다.

한 방망이 얻어맞은 정사룡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답안지의 내용을 읽어내렸다.

“…또 우박이란 것은 거슬린 기운에서 나온 것입니다. 음기가 양기를 협박하기 때문에 그것이 나오면 자연 만물이 해쳐집니다.

지나간 옛일을 상고하건대, 큰 것은 말머리만 하고, 작은 것은 달걀만 하여 사람을 상하게 하고, 짐승을 죽인 일은 혹은 전란이 심한 세상에 나타나고, 혹은 화를 만드는 임금에게 경계가 되었으니, 우박이 족히 역대의 경계가 된 것은 반드시 일일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를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아아, 한 기운이 운화(運化)하여 흩어져 만 가지 다른 것이 되니, 나눠서 말하면 천지만상이 각각 독립된 기운이요, 합쳐서 말하면 천지만상이 다 같은 기운입니다.

오행의 바른 기운이 뭉친 것은 해와 달과 별이 되고, 천지의 거슬린 기운을 받은 것은 흙비와 안개와 우박이 됩니다.

우레와 번개와 벼락은 두 기운이 서로 부딪치는 데서 나오고, 바람과 구름과 비와 이슬은 두 기운이 서로 합치는 데서 나옵니다. 그 나뉨이 비록 다르지만 그 이치는 하나인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거자는 마침내 정사룡이 던졌던 ‘어떻게 하면 일식과 월식이 없을 것이며, 별들이 제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며, 우레가 벼락을 치지 않고 서리가 여름에 내리지 아니하며, 눈과 우박이 재앙이 되지 않고 모진 바람과 궂은비가 없이 각각 그 질서에 순응하여 마침내 천지가 제자리에 바로 서고 만물이 모두 잘 자라날 수 있겠는가.’하는 질문의 핵심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2006-05-10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