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겨울밤 따끈한 팥죽

긴긴 겨울밤 따끈한 팥죽

한준규 기자
입력 2005-12-15 00:00
수정 200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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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은 동지. 온가족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을 불어가며 먹던 날이다. 지금은 그런 전통도 희미해졌지만 동짓날 먹던 팥죽의 기억은 여전히 새롭다. 얼음이 살짝 언 동치미 한 사발이 곁에 있다면 금상첨화. 굳이 액막이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번 동지에는 온 가족을 위해 팥죽을 한번 끓여보자.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나이만큼 새알심도 만들고, 새해가 다가오는 의미도 되새겨보고….
오는 22일은 동지. 온가족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을 불어가며 먹던 날이다. 지금은 그런 전통도 희미해졌지만 동짓날 먹던 팥죽의 기억은 여전히 새롭다. 얼음이 살짝 언 동치미 한 사발이 곁에 있다면 금상첨화. 굳이 액막이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번 동지에는 온 가족을 위해 팥죽을 한번 끓여보자.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나이만큼 새알심도 만들고, 새해가 다가오는 의미도 되새겨보고….


동지는 1년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또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상들은 동지를 양기(陽氣)가 솟아나는 상서로운 날로 여겼다. 동지가 설 다음으로 경사스러운 날로 대접을 받았고,‘작은 설’이라는 뜻의 ‘아세(亞歲)’라고 불린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떡국이 설날의 대표적인 먹거리라면 동지 음식은 단연 팥죽이다.‘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며 조상들이 즐겨먹던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팥죽이다.

팥죽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새알심’이라고 불리는 찹쌀 단자를 만들어 넣고 끓인 음식이다. 옛날에는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리거나 대문과 벽, 곳간 등에 부려 잡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치렀다. 그 다음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고 이웃에 나누어 주기도 했다. 이런 주술적 의미 외에도 팥은 당질과 단백질, 비타민A, 비타민B1, 칼슘, 인, 철 등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과 변비해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음식이다. 경기도 전통음식 기능보유자인 김명자씨가 동지 팥죽 만드는 법을 들려줬다. “팥은 불리지 말고 씻어서 바로 삶아야해요. 그래야만 영양분이 빠지지 않고 제대로 삶아 지거든요. 또 삶은 팥은 체에 내려 껍질은 버리고 앙금(팥 속살)만 걸러서 쒀야 담백하고 색깔도 예쁜 팥죽이 되지요.”라며 김씨는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가리키며 요령을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쌀은 물에 충분히 불리고 아주 진밥을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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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솥에 넣은 팥이라도 익어야 먹지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솥에 넣은 팥이라도 익어야 먹지
또 찹쌀로 빚은 새알심은 그냥 넣고 끓이기도 하는데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넣는 것이 훨씬 퍼지지않고 쫄깃하다. 이렇게 밥과 새알심을 어느 정도 익혀 놓고 끓이면 팥이 타서 냄비바닥에 눌러 붙거나 쌀은 채 익지않는 등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팥을 삶으면 사포닌이란 성분이 나와 쌉쌀한 맛을 내기 때문에 팥을 넣고 처음 끓기 시작하면 물을 반드시 버리고 다시 끓여야 맛있는 팥죽을 만들 수 있다. 팥죽 4인분을 맛있게 끓이려면∼. 멥쌀1/2컵, 팥2컵, 물이 필요하다. 새알심 재료는 찹쌀가루 1컵, 뜨거운 물 3큰술, 소금 1/2작은술.(1)팥을 씻어서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바로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푹 무를 때까지 삶는다.(2)삶은 팥을 체에 내려 물 3컵 정도를 부어가면서 팥물을 받은 후 팥 껍질은 버린다.(3)찹쌀가루는 소금을 넣고 익반죽 하여 동그랗게 빚은 다음 녹말 가루를 입혀 굴려준 뒤 끓는 물에 넣고 새알심이 동동 뜨면 건진다. 불린 쌀에 웃물을 부어 퍼질 때까지 끓이다 앙금을 넣는다. 윗물과 앙금을 잘 섞이도록 끓인다. 여기에 쌀을 넣고 푹 퍼질때까지 끓이다가 새알심을 넣고 계속 끓인다. 끓이면서 잘 저어주어야 재료가 골고루 섞이고 바닥에 눌지 않는다. 동지 팥죽에 새알심을 넣는게 번거롭다면 조랭이 떡을 넣어도 된다. 개성지방의 떡인 조랭이 떡을 만들어 팥죽에 넣으면 쫄깃하고, 눈사람 모양이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소금 대신 설탕이나 조린 밤, 단호박 등 취향에 따라 함께 넣어 끓이면 한결 색다른 팥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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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요리 다모여라

영양이 가득한 팥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를 알아보자.

(1) 팥양갱

팥양갱도 집에서 달지 않고 맛있게 만들 수 있다.

재료 팥 3컵, 설탕 3컵, 한천(젤라틴과 같은 역할)30g.

(1)팥은 끓는 물에 한번 삶아 버린 후 헹군 다음 팥이 무를 정도로 삶는다.(손으로 비볐을 때 터질정도로 완전히 익혀야 한다.) (2)푹 삶아진 팥을 체에 놓고 물 3컵을 부어 가면서 내려 팥물을 가라 앉힌다.(3)한천을 냉수에 녹인 후 끓여준다.(4)잘 걸러진 팥물에 적당량의 설탕을 넣어 끓이다가 (3)의 재료를 넣어 다시 한번 끓인 후 굳힌다. (5)예쁘게 모양을 낸 후 잣을 올려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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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양갱(왼쪽) 과 단팥죽(오른쪽)
팥양갱(왼쪽) 과 단팥죽(오른쪽)


(2) 단팥죽

우리는 보통 단팥죽과 동지 팥죽이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둘은 만드는 방법부터 다르다.

단팥죽은 삶은 팥을 그대로 사용해 팥의 씹히는 맛을 최대한 살린 음식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맛있는지 모르겠다.

재료 팥 1컵, 설탕 1컵, 소금 반 작은술, 물 3컵, 삶은밤 3∼5개, 생강즙 반 작은술, 물녹말 1 큰술(물녹말이란 물과 녹말을 1:1로 섞은 것을 말한다.)

(1)팥은 깨끗이 일어 한번 끓으면 물을 버린 후 헹군 다음 다시 물을 넣고, 팥알이 푹 무르도록 삶는다. (2)삶은 팥에 물 3컵을 부어 끓이다가 설탕과 생강즙을 넣어 타지 않게 저어준다. (3) (2)에 물 녹말, 삶은 밤을 넣어 다시 한번 끓여준다. (4)예쁘게 담은 후 접시에 담아낸다. 설탕만 넣고 끓이면 단맛이 너무 가볍다. 물엿과 설탕을 반반씩 넣고 끓이면 보기도 좋고 단맛이 깊어진다. 기호에 따라 약간의 계핏가루를 넣어도 맛난다.

(3) 팥칼국수

설탕으로 달달하게 간을 하고 한 젓갈 뜨면 붉게 물든 쫄깃한 면발이 팥물과 올라온다. 뜨끈한 팥물을 그릇채 들고 마시면 한 겨울의 추위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또한 젓가락이 아닌 수저로 국수와 국물을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다. 팥칼국수의 단짝인 김치와 동치미 국물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재료 붉은팥 3컵, 칼국수 250g, 물 30컵, 소금 1큰술

(1)붉은 팥은 씻어 일어서 물을 충분히 붓고 한소끔 끓인 다음, 물을 버리고 새 물에 소금을 넣고 팥이 터질 때까지 푹 삶는다. (2)잘 삶아진 팥을 으깨어 고운 체에 거른다. (3)거른 팥의 웃물을 먼저 솥에 붓고 오랫동안 끓인 후 빛깔이 고와지면 앙금을 넣고 저으면서 다시 끓인다. (4)팔팔 끓으면 칼국수를 넣고 면이 익으면 불에서 내린다.

면은 시장에서 사도 되지만 밀가루, 계란, 우유 등을 넣고 반죽을 한 다음 병으로 밀어 만들면 더욱 맛있다.

팥죽 맛난곳

사다 먹으면 더 맛있다? 시장과 백화점은 물론 죽 전문집에서도 맛있는 팥죽을 포장해서 판다. 망원 1동 동사무소 근처에 있는 고모네 낭화(02-336-5015)는 담백하고 푸짐한 팥죽이 군침이 도는 곳. 직접 팥농사를 짓기 때문에 국내산 1등급 팥만을 사용한다.

진한 팥 국물이 자랑이다. 커다란 그릇에 새알심이 가득한 팥죽이 먹음직스럽다. 손으로 직접 밀어 만드는 팥 칼국수도 정말 맛있다. 새알팥죽 4000원, 팥칼국수 3500원, 잣죽 6000원.

삼청동에 있는 서울에서 두 번째 잘하는 집(02-734-5302)은 잘 알려진 단팥죽 명가.29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 은행, 팥 등을 주인이 직접 경동시장에서 장을 봐온다. 햇밤이 들어 있어 달콤하며 달걀만 한 새알심의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원래 이곳은 한방 찻집이었는데 손님의 요청으로 한두 그릇씩 팔던 팥죽이 명물로 자리 잡았다. 단팥죽 5000원, 십전대보탕 5000원. 단점이라면 가격에 비해 팥죽 양이 좀 적다는 것.

예술의 전당 건너편에 있는 서초동 백련옥(02-525-8418)은 강남 지역에서 친절한 서비스와 청결함, 맛난 팥죽까지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팥죽과 함께 먹는 김치와 동치미를 매일 담가 담백하고 시원함이 그만이다. 손님이 많지만 친절한 서비스를 유지하고 주방을 개방해 음식을 만드는 것도 볼 수 있다. 백련옥은 팥죽뿐 아니라 여러가지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동지팥죽·팥칼국수 6500원, 왕만두 5500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05-12-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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