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처자 있는 남자의 정부, 새 출발하고픈 약사…
저는 아내와 자식이 있는 무직의 40대 남자와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약사입니다. 이 남자는 저의 아버지 제자여서 어려서부터 알던 사이입니다. 벌써 10년 전에 그의 꾐에 빠져 정부가 된 것이 이제는 살림을 차리고 있습니다. 약방을 경영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약방을 꾸미는 데도 적잖은 돈을 이 남자가 부담해 주었어요. 물론 저희 집에서는 저를 버린 자식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혼을 한 바 있는 33세의 돈 있는 남자가 청혼을 해 왔고 서로 만나 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사실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에 진력이 나 있던 차입니다. 만일 이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저의 과거가 드러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 때문에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또 지금 살고 있는 남자가 순순히 물러나 줄까도 의문입니다. 어떻게 새 출발을 하는 길은 없을까요.
<서울 홍제동 홍(洪)>
의견 : 지금의 남자와 헤어져 타산 없이 결심하셔요
당신의 복잡한 사연을 읽어 보니 저의 눈앞까지 캄캄해지는 것 같군요.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눈을 뜨다니 정말 딱하지 뭐예요. 게다가 스스로 그 일그러진 관계에서 헤어날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자극을 받아서 그런 셈이니. 10년이나 젖은 생활에서 탈피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음에 안주할 배 같은 것(이를테면 새 청혼자)을 생각하는 그런 새 출발이란 이 경우에는 맞지 않아요.
정말 새 출발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우선 아무런 타산 없이 현재의 남자와 헤어져야 하겠죠. 남자편에서도 아마 그런 엄숙한 당신의 결심을 방해하지 않겠지요. 당신이 깨끗이 발을 씻은 다음이라면 결혼이나 연애, 어떤 일도 주저 없이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행운을 빌겠어요.
<Q>
[ 선데이서울 68년 10/27 제1권 제6호 ]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