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지려 하는 느즈막한 12일 오후 진도 읍내로 꾸며져 있는 수원 드라마 야외 세트장.
디자이너를 꿈꾸는 더미(이요원)는 자신의 미래를 찾아 집을 떠나려 한다. 양어머니 양자(송옥숙)는 정신 차리라며 실강이를 벌이지만, 더미는 기어이 그 손길을 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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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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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원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SBS 특별기획 드라마 ‘패션70s’의 한 장면.60분짜리 드라마 한 회 가운데 채 5분도 되지 않는 분량이다. 촬영은 이미 한 시간을 훌쩍 넘었다. 특별히 NG가 나서가 아니다. 카메라 위치를 바꿔서 찍고, 느낌이 오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다시.
2003년 1월 SBS 대하사극 ‘대망’이 끝난 뒤 정말 오랜만에 안방 무대를 두드리고 있는 이요원(25).
“대사를 한 번도 틀리지 않네요.”라며 슬쩍 말을 붙여봤다.“웬걸요,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찍을 때는 한 장면에 10번이나 실수했는 걸요.” 다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흘렸다.
“정말 힘들어 이재규 PD님이 원망스럽기도 해요.”라고 혀를 내두르다가도 “하지만 찍힌 화면을 보면 너무 마음에 들어 오히려 감사하죠.‘다모’에서처럼 각 캐릭터의 개성도 모두 살려주시니까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요.”라며 흡족해 한다. 2년 전 연기 활동을 잠시 접었을 때나 지금이나 앳되고 청순한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무엇인가 달라진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여유와 책임감’이라는 다소 상반된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나 즐겁게 연기하려 해요. 이전보다 현장에서 여유가 생긴 것도 같고요. 반면 결혼 전에는 이번에 못해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자세였다면 지금은 한 장면 장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카메라 앞에 서요.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죠.”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해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시대극을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패션70s’은 여자들의 일과 삶을 다루기 때문에 좋다.”고 말한다. 또 “남성 주인공을 앞세우거나 멜로 중심의 트렌디 드라마, 영화보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주 방영분에서 드디어 이요원 김민정 주진모 천정명 등 성인 연기자들이 아역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덕인지 시청률은 20% 중반으로 치솟았다. 복귀작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조금은 털어낸 셈이다.
“연기하는 것은 너무나 좋은데, 내가 연예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이요원은 연예인이 아니라, 연기자로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때문에 인터뷰도 꺼리는 편이다. 일부에서는 신비주의 전략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지만,“카메라 앞을 떠난 삶은 너무나 평범해 드러내 놓고 말할 게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때문에 복귀 이후 자신의 결혼 생활에 관심이 쏠리는 게 부담스럽다. 오로지 연기로만 평가받았으면 하는 바람. 밀려오는 CF 제의도 마다하고 드라마에 매달리는 것도 그래서다. “어느 역을 맡아도 맛깔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연기자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촬영장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며 그렇게 말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5-06-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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