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326)-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26)-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입력 2005-04-14 00:00
수정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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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그날 밤.

퇴계와 두향은 마지막 밤을 보낸다. 불은 껐으나 워낙 달이 밝아 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으로 방안은 초롱을 밝힌 듯 환하였다.

“옛 중국의 시인 맹교(孟郊)는 이렇게 노래하였느니라.”

두향을 팔베개하여 곁에 누이고 나서 퇴계가 말하였다.

“‘이제 늙고 마른 몸이 이별마저 하게 되니, 두려운 생각이 든다.’ 두향아, 이제 기약 없이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두려운 생각마저 드는구나.”

그러자 퇴계의 가슴을 파고든 두향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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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일지홍(一枝紅)은 님과 헤어질 때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나이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들고 슬피울제 어느덧 술 다하고 님마저 가는구나. 꽃지고 새우는 봄을 어이할까 하노라.’”

일지홍은 유명한 성천의 기생. 갑자기 두향은 몸을 일으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두향은 머리맡에 놓인 문갑에서 지필묵을 꺼내들었다.

“성천의 기생 일지홍이 사랑하는 님과 이별할 때 그리 노래하였다면 단양의 천기 두향이도 님과 노래할 때 상사곡 한 곡 짓겠나이다.”

두향은 투명한 달빛 아래에서 듬뿍 붓에 먹을 묻힌 다음 종이 위에 시 한 수를 쓰기 시작하였다. 퇴계는 묵묵히 두향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轉輾寒衾夜眠 鏡中憔悴只堪憐 何須相別何須苦 從古人生未百年”

두향이가 단숨에 쓴 즉흥시는 한마디로 절창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찬 자리 팔베개에 어느 잠 하마 오리. 무심히 거울 드니 얼굴만 야윗고야. 백 년을 못 사는 인생 이별 더욱 설워라.”

평소에 두향이가 거문고에 능하고 매화를 키우는 데 명인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 수 있었으나 문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은 처음 보는 사실이었다.

“이제 보니 네가 못하는 것이 없구나. 어느새 글을 배워 이처럼 시까지 쓸 수 있단 말이냐.”

퇴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향을 통해 여인의 향기를 알았고 살아 있는 매화를 보았다. 두향을 통해 운우의 열락을 알았고 말하는 해어화(解語花)를 보았다. 그러나 마침내 두향이가 시에도 뛰어난 가인(歌人)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자 두향이가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나으리, 나으리께 묻겠나이다. 나으리께오서는 상원사의 동종을 아시나이까.”

“알고 있다.”

“상원사의 동종이 죽령고개를 넘을 때의 고사를 알고 계시나이까.”

“들은 바가 있다.”

상원사의 동종.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으로 경주의 에밀레종보다 100년도 더 앞서 주조된 종으로 알려져 있다. 금, 은, 동, 주석을 녹여 만든 것으로 높이 1.4m, 직경 1.2m로 용신을 틀로 하여 사방을 구분할 수 있는 비천선녀의 무늬가 있는 천하제일의 명종이었던 것이다.
2005-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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