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의 DVD 레서피]‘연인’과 ‘해지기전’ 초콜릿사랑

[박은영의 DVD 레서피]‘연인’과 ‘해지기전’ 초콜릿사랑

입력 2005-02-17 00:00
수정 2005-02-1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초콜릿은 연인들의 음식이다. 혀끝에서 달콤함을 느끼는 동시에 씁쓸함이 혀의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맛의 스펙트럼은 사랑의 아이러니를 닮았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등의 성분은 신경계를 자극하고 근육을 이완시킨다고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와 비슷한 증세다. 초콜릿은 이처럼 일단 시작된 사랑의 감정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고통을 느끼게도 하며, 실연의 상처를 달래주기는 약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 확대
DVD 대여순위
DVD 대여순위 DVD 대여순위
‘비포 선라이즈’의 9년 뒤 이야기인 ‘비포 선셋’은 다크 초콜릿을 닮았다. 코코아 페이스트의 농도를 진하게 한 쌉싸래한 이야기는 설레고 수줍었던 연인들의 달콤함 대신 인생의 쓴맛도 알게 된 그들을 다시 조명한다. 배우들이 직접 참여해 완성한 대사들과 세월로 농익은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다.

‘영웅’에 이어 또다시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장예모의 ‘연인’은 각종 열대 과일들과 땅콩이 잔뜩 들어 있는 초콜릿 같다. 신맛, 짠맛, 떫거나 고소한 맛에 씹는 맛도 다채로운 과일 초콜릿처럼,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이 스펙터클하다.

비포 선셋

전작 ‘비포 선라이즈’는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주로 담았지만,9년 뒤의 파리에서의 이야기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질 무렵 오후의 파리 정경은 아름답기는 해도 DVD의 주된 포커스는 아니다. 옥수수 알갱이처럼 옹골지게 박혀 있는 대사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든 배경음이야말로 이 DVD를 빛나게 하는 요소다.

무엇보다 줄리 델피의 황홀한 노래 실력이 압권이다. 그저 옆에 있던 기타를 집어 들고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노래는 대화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재즈 가수 니나 시몬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줄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한다.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한 부가영상은 짧고 완성도가 떨어진다. 음성 해설이 빠져 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연인

홈시어터의 5.1 스피커는 이래서 필요하다! 이 DVD는 영화가 지닌 ‘뻥의 미학’을 그럴듯하게 완성하는 감각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보여준다.

다채널을 오가는 소리의 이동감은 박력이 넘치고 화려하며, 그 자체로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으로 디자인되었다. 초반 장쯔이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 사방을 오가는 북소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주렴이 흔들리는 청아한 소리는 목덜미를 찌릿하게 만든다.

대나무 숲에서 추적을 당하는 장면이나 바람을 가르는 화살 소리, 바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 등도 섬세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디지털 영상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연광이 주조를 이룬 화질도 만족스럽다. 다만,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한 부가영상은 지나치게 단조롭고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2005-02-17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