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함우영(31·IK스틸 대리) 정혜준(29·돌마초등학교 교사)

[결혼이야기]함우영(31·IK스틸 대리) 정혜준(29·돌마초등학교 교사)

입력 2004-12-30 00:00
수정 200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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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겨울.2월이 다 끝나가도록 추위는 마지막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와 제 친구들은 졸업사진 한번 예쁘게 찍어보자는 욕심에 추위도 잊은 채 교정을 누비고 다녔죠. 하루종일 사진을 찍고 추위에 지친 우리들은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몸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제 친구와 친분이 있던 그가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되었고 그 날이 바로 우리 인연의 시작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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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서로에게 끌려서였을까요. 우리는 한 시간이 멀다하고 전화통화를 했고 단 하루도 얼굴 안보는 날이 없는, 너무도 죽이 잘 맞는 연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항상 함께 였고 무엇을 해도 찰싹 달라 붙어 있었습니다. 그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점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라 미래에 대한 어떤 보장도 없었지만 우리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난 지 2년째 되는 어느 날. 서로에게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게 된 그즈음 그는 도서관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갑자기 귓속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같이 살자!”

이것이 첫 번째 기습청혼이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저는 “뭐 이런 고백이 다 있느냐.”고,“꽃은 어디 있고 이벤트는 언제 하는 거냐.”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론 이미 결혼을 한다면 이 남자뿐이라는 사실을 굳게 다짐하고 있었죠. 하고 싶은 말을 어찌할 바 모를 정도로 부끄럽게 속삭이면서 다소곳이 저를 쳐다 보는 이 귀여운 남자를 제가 어찌 거절할 수 있었겠어요.

제 투정이 신경쓰였는지 그는 어느 날 빨간 장미꽃을 들고 나타나 정식으로 청혼을 했지만 제게는 그래도 그 싱거웠던 먼저의 폭탄선언이 더 강한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2004년 12월 28일 이후 우리가 같은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일을 갖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면서도 우리의 사랑은 굳건했고, 그 결실을 보았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도 합니다.6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많은 장애물과 싸우면서 우리의 믿음을 지켜 왔습니다. 때론 우리 자신이 우리의 장애물이 되기도 했었죠. 많이 싸우고 많이 화해하고 많이 사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뚝뚝한 제가 오빠에게 항상 인색했던 말, 결혼하면 더 이상 인색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그 말을 이 자리에 ‘인쇄’하면서 말이죠.“오빠, 사랑해∼.”
2004-12-30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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